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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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사회

2017-05-01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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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조국 한국은 양극화(兩極化) 사회인 것 같다. 우선 이데올로기(사상)면에서 남북한이 양극을 이루어 서로가 자기의 주의와 사상이 옳다고 팽팽히 맞서 70년이란 긴 세월을 대립관계로 지냈다. 남한에서 사회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의 낙인이 찍히면 그것으로 끝이 난다.

소위 종북(從北)이란 말은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말인데 북한의 정권과 사상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종북’의 딱지가 붙으면 끝이 난다. 공산주의와 그 정권을 추앙하는 자는 한국에 발을 붙일 수가 없게 된다.

반면 북한에서는 한국을 미 제국주의를 추앙하는 집단으로 몰아붙여 그 추종자는 생존권이 박탈되는 공포사회를 만들었다. 사실 미국과 소련도 이데올로기의 양극에 서 있었지만 전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한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곧 전쟁으로 몰고 가 수 없는 동족을 서로 살상하였다.


이데올로기란 생각의 차이인데 그것만으로 미워하기도 하고 원수처럼 갈라지고 죽이기도 하는 끔찍한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38선은 무엇인가? 이데올로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와 혈통이 같은 형제자매가 아주 남남이 된 비극의 경계선이다.

교육면에서도 한국은 양극화 사회이다. 한국의 대학 진학율은 80%로 세계 최고이다. 동시에 대졸자의 실업율도 세계 정상이다. 그래서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이 모든 정치인의 구호처럼 되어있다. 누구든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대통령 감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대학을 나와도 갈 데가 없다는 비극이 교육을 절뚝발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많이 교육 받은 자와 적게 교육 받은 자가 사회 계층을 만들었다. 직업 선택이 교육수준에 매달린 결과 교육은 곧 사회 계층을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입학은 보다 나은 상급학교로의 출발점이고, 보다나은 상급학교는 보다 나은 직장으로의 계단이 된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교육은 13년이 걸려야 대학 졸업장을 받는데 그렇게 쏟아 부은 노력과 엄청난 학비도 취업이 안 되면 허사이다. 그래서 고급 무직자가 양산되어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이 안 되니까 일단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어 한국처럼 석사 박사가 많은 나라는 없다. 한국의 교육은 사회계급 재생산의 통로가 되었다.

소위 ‘한강의 기적’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이룩되었다. 한국의 산업화는 경제적 발전이고, 한국의 민주화는 정신적 발전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데 비하여 민주화는 독재자들의 발호(跋扈)로 끊기고, 또 끊기고 하다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였으나 정치인들의 심각한 대립으로 국민을 갈라놓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성숙한 사회에서는 정파의 대립이 국민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근래의 한국 정치는 민족정신에 상처를 입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한국을 양극화(兩極化) 사회라고 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극심한 빈부의 격차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연간 1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 총교육 예산의 47%이다. 물론 사교육비란 돈 있는 사람들 자녀의 과외수업, 강습 등을 가리킨다. 공교육(학교교육)이 잘 되었으면 왜 사교육에 돈을 쏟겠는가!

한국의 급선무는 공교육을 바르게 잡는 일이다. 근로자의 임금의 격차가 심한 것도 한국 사회를 양극화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그래서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수를 아주 낮게 받는 소위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하니 비정상적인 노동시장이다.

한국정부의 복지금 지출은 선진국들의 3분의 1정도이다. 가계는 흔들리고 가족은 해체되고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은 앞길이 막막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요청된다. 그런 뜻에서 한국의 금년 대선(5월9일)은 매우 중요하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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