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삶의 진짜 주인

2017-05-01 (월) 연창흠 논설위원
크게 작게
오늘은 5월의 첫날, 어느 덧 5월의 시작이다. 오는 3일은 불교 최대 명절인 ‘석가탄신일’이다. 불교도들은 초파일, 불탄절, 부처님 오신 날 등으로 더 많이 부른다. 초파일은 ‘사월 초파일’의 준말. 음력 4월8일에 석가모니가 탄생했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불탄절은 ‘부처님이 탄생한 날’이라는 뜻이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한자어로 된 이름들을 쉽게 풀이해 사용하자는 취지로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란다.

한인사회에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지혜를 상징하는 연등이 세상 밖을 환히 밝히고 있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은 부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때이다.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에도 참 좋은 기회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문장은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 (三界皆苦 我當安之)이다. 이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는 뜻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尊). 석가모니가 태어나 일곱 발자국을 걷고 첫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너무 교만한 거 아니냐고 말한다. 자기만 잘났다는 것이라 여긴다. 아니 어떻게 태어나자마자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말을 할 수가 있냐는 것이다. 겸손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다고 탓하는 셈이다. 그들은 망설임이 없다. ‘유아독존’의 참의미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요즘 돌아가는 세상 탓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갑들의 횡포에 견디지 못한 을들의 비극이 잇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복종을 강요하는 갑들의 탓만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지위 높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고개 숙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부자들에서 쩔쩔매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권력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갑들은 겸손은커녕 교만하다. 을들은 스스로 비굴해진 결과인 것이다.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유아독존’을 잘 못 새기면 ‘단순히 나만이 최고’라고 여긴다. 마치 자기만을 위하고 남을 무시하는 것 같은 마음가짐의 본보기로 알기 쉽다. 그렇지 않다. 불교에서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우리 스스로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자후다.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통틀어서 자신의 존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라는 선언인 셈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잃고 산다. 자신은 없고 가족, 친구, 일 등이 먼저다. 돈과 쾌락에 정신이 팔려 살고 있다. 완장에 눈이 멀어 권력만 쫓기도 한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선 자기를 되찾아야 한다. 자기의 존엄도 회복해야 한다. 그런 길로 가야한다는 것이 바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의미다.

우리는 누구든 돈, 명예, 권력 앞에서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당당해져야 한다. 자기 자신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돈과 지위, 권력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를 늘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역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참뜻이기도 하다.

나의 삶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자신의 행복과 불행은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몫이다. 자신의 행복을 유지시키는 것. 삶의 자유로움을 간직하는 것. 그런 마음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 삶의 진짜 주인은 바로 나인 셈이다.

내가 존귀한 만큼 남도 소중한 법이다.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 졌으면 주위 사람도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삼계개고 아당안지 (三界皆苦 我當安之)의 뜻이다. 나만이 아니라 가족, 이웃 등도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내 삶의 진짜 주인은 나’, ‘내가 존귀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5월 가정의 달에 꼭 가슴에 새겨야 할 인생지침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