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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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죄짓지 않기

2017-04-2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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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남부 고대유적도시 룩소르에서 3,500년된 미라와 조각상 등 고대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돼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있다고 한다.

이집트 고고학 발굴팀이 18일 룩소르 ‘왕들의 계곡’ 인근 나일강 서안 제라 아부 엘나가 지역에서 발견한 무덤 안에는 고대 신왕국 제18왕조 시대(기원전 1,550년~1292년)에 재판관으로 일한 귀족의 것으로 짐작되는 미라와 조각상, 목관, 목제 마스크, 장례용 유물 등 1,000여점 이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흑색으로 변한 미라, 목제관 안팎으로 빨강, 노랑, 녹색, 검정색이 선명한 디자인에 길다란 가짜수염을 한 마스크, 죽은 자를 인도하는 검은 늑대 자칼 머리의 신을 볼 수 있다. 관 옆에 부장된 죽은 자의 사후세계를 돕는다는 작은 조각상 1,000점도 있다.


자칼 머리 신은 아누비스(Anubis)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실의 날개와 죽은 자의 심장의 무게를 천칭으로 비교하여 죽은 자의 영혼을 심판한다. 이때 더러운 혼으로 가득한 심장은 아래로 떨어져 거대한 괴수에게 먹힌다. 바로 지지난 일요일에 멤버십 카드가 새로 나와서 자연사박물관에 갔다가 3월20일 시작되어 내년 1월7일까지 열리는 ‘미라’ 전을 보고 온 참이라 이 뉴스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이 미라전은 페루의 미라와 이집트의 미라로 분류 전시되는데 수많은 미라, 석조 및 목조관과 함께 단층촬영(CT)사진, 매장풍습 등이 설명되어 있다. 이집트 미라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이집트 관을 비롯 세계 여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대부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

그런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페루 유적지의 미라는 낯설었는데 무려 7,000년 역사를 갖고있다. 잉카 제국 이전의 페루 문명은 기원 8,000여년전 이미 유목민들이 동굴에 거주하였다. 페루와 칠레에 살았던 친칠로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미라를 만든 사람들로 검은색 또는 빨간색으로 준비한 미라를 집에 보관하거나 페스티벌에 데리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페루 지역은 앉아서 몸을 동글게 구부린 미라가 당시의 장례 풍습을 보여주었고 이집트 지역은 죽은 자는 언젠가 부활한다는 이집트인의 믿음대로 미라의 피부와 살은 마르고 검게 변했지만 생시 모습을 본뜬 마스크가 영혼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누렇게 삭고 시커멓게 변색된 한뭉치의 짚더미와 끈, 아마포 덩어리로 엄마와 아기, 두 형제, 엄마와 두 자녀 등이 한덩어리로 굳은 미라다. 함께 자다가 아니면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는 지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같이 전시된 컴퓨터 단층촬영한 새하얀 뼈 사진이 신원을 알려주고 있었다. 발달한 과학문명의 DNA검사는 미라 사망 원인과 신원을 밝혀내고 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이집트는 현재 비상사태이다. 지난 9일 이집트 지역의 콥트 교회 두 곳에서 연쇄폭탄테러가 발생, 수십명이 숨지고 100명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콥트교는 이슬람 지역의 최대 그리스도 교회로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수시로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이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로소 대왕에게 점령당하면서 수천년의 역사가 사라지고 다신교가 지배한 고대이집트의 전통신앙도 쇠퇴한 지 오래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은 심장으로 한다고 믿은 고대 이집트인의 한 마디는 현세인들이 본받을만 하다.

“삶의 무게가 깃털보다도 가볍고 깨끗한 사람만이 영생을 얻는다”’는, 그들은 살아 죄짓지 않은 사람만이 영생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말은 죄짓고 살지 말라는 것이다. 영생의 세계가 있거나 없거나를 떠나 사람은 착하게, 거짓 없이 살라는 그 말은 누구나 가슴에 새길 만하다.

고대이집트가 망하고 제국주의, 세계대전, 종교전쟁을 거치면서 제국주의와 전문도굴꾼의 약탈로 이집트의 고대 유물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비단 중동지역뿐 아니라 유럽, 미국 어디서나 사람들은 테러의 위협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인류가 남긴 유물에서 우리는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와 교훈을 얻는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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