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을 품는 나라

2017-04-19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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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역사적인 순간에는 항상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가 있었다. 국가의 원수들만 보면 혁신적인 의사결정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돌파한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후 통일국가의 발판을 만든 독일의 빌리 브란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유럽연합을 주도한 프랑스의 프랑수와 미테랑, 문화대혁명의 폐허 위에서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닦은 중국의 등소평, 패전의 상처를 딛고 ‘21세기형 국가’ 건설을 주도한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이다.

지금 한국도 이런 지도자가 절실한 시기다. 극심한 빈부의 격차, 점점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 청년실업 문제, 어려운 국가경제, 남북관계 위기, 강대국들의 패권다툼의 근원인 동북아문제 등 사방팔방이 그 어느 때보다 난제 투성이다. 국민들은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전쟁이 나지 않을까 모두들 전전긍긍하며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지도자는 누구일까.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의 대화편 ‘알키비아데스’ 중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 알키비아데스가 정치를 하고 싶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생각의 일치를 도모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가?” “불화와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가?” 또 “구성원 각자의 재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해도 좋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지혜와 용기, 절제, 그리고 화합과 결속을 도모할 수 있는 덕목을 지닌 자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다.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이 나라의 존폐와 무관하지 않은 것은 역사의 교훈에서 많이 느끼고 보아왔다. 국가의 지도자가 우선 갖춰야 할 기본덕목은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이다. 말하자면 일단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개인사부터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즉 자신의 사적 욕망과 개인으로서의 생각, 사적 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 몸을 던져 희생하려고 하는 자세를 말한다.

한국은 지금 오는 5월9일 치러질 조기대선을 앞두고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후보들이 상대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마다하며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 감이라고 모두 목청을 돋우고 있다. 과연 누가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면서 나라를 안정되게 만들 수 있을까. 누가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 유권자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임기를 무난히 마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명언 중에는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내 직업은 국민들에게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게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다.(My job is not to represent Washington to you, but to represent you to Washington)”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현직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여서 더욱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촛불과 태극기 민심으로, 젊은 세대와 노년세대, 진보와 보수층의 극명한 갈림 속에 치러질 이번 선거는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번 선거는 본선거에 앞서 역대 최다인 재미 선거인 6만8,000여명을 포함, 29만명 재외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한다. 재외선거인은 모두 이번 선거에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의 장래, 후손의 미래를 생각하고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시끄럽게 말로만 떠들고 선거때는 ‘나 한명 빠져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자세로는 한국의 변화를 꾀할 수 없고 한국을 안전하고 잘 사는 나라로 만들 수 없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모퉁이 모퉁이에는 항상 혁신적인 지도자가 있다. 이런 지도자가 있을 때 역사는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한국이 희망을 품는 나라가 되려면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지 답은 분명하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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