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핵 전쟁

2017-04-17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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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6일 UN의 핵무기 금지 조약식이 있었는데 일본 대표가 참가하지 않았다. 일본 대표가 앉을 자리에 누가 갖다 놓았는지 “당신도 마땅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쪽지와 함께 종이학이 놓여 있었다. 원자탄을 맞은 유일한 나라인 일본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표시이다. 종이학은 평화의 상징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원자탄을 맞은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자기가 직접 접은 종이학을 히로시마 시에 기증한 일이 있다. 일본 정부 대표가 핵무기 금지 조약식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핵 피해자들을 배반한 소행이라고 히로시마 시민들의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받았다.

핵무기 금지 조약에는 100명 이상의 비핵 보유국들이 참가하였다. 참가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 일본 소련 중국 북한 다섯 나라뿐이다. 일본은 “핵보유국과 비 보유국 사이의 교량역할을 하여 분열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변명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핵무기 금지 조약이 성립하면 핵 사용은 국제범죄로 간주하게 된다.


현재 핵보유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는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며, 이스라엘은 선언은 안 했으나 핵보유국으로 믿고 있다. 과거에 핵을 가졌었지만 스스로 폐기한 나라는 남아연방,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이며,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의심받는 나라는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미안마이고, 핵개발을 시도한 나라는 한국 등 9개국이다. 핵무기 개발은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수많은 나라들이 생각만 있으면 핵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이 세계는 위험천만한 시점에 놓여있다.

좁쌀만한 우라늄 농축이라고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을 쓴다면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재앙이다. 시카고 대학의 매칼리 박사(Michael McCally)가 구 러시아의 병원들을 방문하고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의 피해자들을 조사하였다.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핵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은 눈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세계의 비핵화,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는 후손을 위하여 절대적이다.

시버드 교수(Ruth Sivard)는 그의 저서 ‘세계의 군사비’에서 이런 사실을 지적하였다. 1) 2차 대전 후 세계는 핵무기 개벌을 위하여 4조 달러를 투입하였다. 2)세계가 비축한 핵무기는 1만6천 메가톤으로 전 인류를 열두 번 죽일 수 있는 화력이다. 3)세계의 연간 군사비는 8천억 달러이다. 4)세계 인구 43명 중 1명이 군인이다.

한국전쟁이 있은 지도 70년이 되었으니 전후 세대를 위하여 그 피해를 조금만 알려둔다. 1950년에 시작하여 3년 동안 치룬 남북의 동족상쟁은 사망자 15 만명, 행방불명자 20 만명, 부상자 25만명, 공업시설의 43%, 탄광의 50%, 주택의 3분의 1이 파괴되었다. 미군만 5만4,246명이 전사했고, 10만3,284명이 부상당했다. 남북한 군인과 중공군, 그리고 시민의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 숫자이다. 전쟁으로 발생한 과부, 고아, 불구자, 이산가족의 통곡소리가 강산을 덮었다.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레바퀴가 사랑의 수레바퀴로 바뀌어야 한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는 지구의 최후가 될지도 모를 아마겟돈 전쟁이 나오는데 인류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서는 안 된다.

전 이스라엘의 수상이었던 골더 마이어에게 부관이 신이 나서 보고하였다. “수상님, 우리 군대가 대승하고 있습니다.” 마이어가 대답하였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결코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 벌판에서 딸기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정말 기뻐할 때입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외치던 사티아그라하(satyagraha)가 그립다. 이 말은 간디가 부르짖던 인도말로서 사랑의 힘을 가리킨다. 그것이 인류의 소망인 것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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