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월호의 부활을 고대한다

2017-04-15 (토) 박미경/ 편집실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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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벚꽃을 벗삼아 봄나들이를 떠났던 아이들을 태운 배가 돌아왔다. 어둡고 깊은 심해의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모습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처참한 몰골이었다.

이날 하늘에는 별이 된 아이들이 그려 놓은 듯 리본 모양의 구름이 한동안 떠 있기도 했다. 그리고 3일 후, 금요일에 돌아온다고 하며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약속을 지키기나 하듯, 세월호는 금요일에 완전히 올라왔다. 그리고 1081일이 되는 날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세월호 인양이 왜 3년이나 걸렸을까. 그동안 정부는 기술적인 문제, 맹골수도의 거친 조류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인양이 쉽지 않음을 주지시켜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부패한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가 올라온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그리고 1081일 항구에 도착한 날 새벽 구속됐다.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고 겨우내 5개월 여 남짓, 한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밝혔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박근혜 내려오고 세월호 올라오라”는 염원을 담아 목소리를 높였고 현실이 된 것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가 있다. 미수습자의 가족은 세월호 안에 자신들의 아들이, 딸이 그리고 가족이 있기를 기원하며 그들의 유골을 수습해 유가족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미 120개가 넘는 구멍이 뚫린 세월호를, 육상 거치를 위해 무게를 줄여야 한다며 배수구멍을 뚫고 다시 메우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양업체가 다시 재어 본 배의 무게는 오히려 더 늘어나 진실을 밝혀 줄 증거물을 훼손한 꼴만 됐다. 또 선체 진흙에서 발견된 유류품 수습도 제대로 안하고 방치해 유가족이 사설업체를 고용해 스마트 폰을 복원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조사가 이뤄질 차례이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는 더 이상의 훼손이 없도록 보존에 신경을 쓰고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책 마련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4월16일은 부활절이다. 참사가 발생한 후 유가족 교인 대부분이 교회 공동체로부터 서운함을 느끼고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막말을 한 목사들도 있었다. 결국 유가족 교인 80%가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보다 더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로 받아야 할 유가족들은 이기심에 의해 강요된 침묵과 희생을 확인해야만 했다. 더 이상 처참하게 녹슬고 갈라진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고통받고 지친 유가족이 위로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 세월호가 부활하는 날일 것이다. 만물이 새로 소생하는 4월, 예수의 부활을 믿듯 세월호의 부활을 믿고 싶다.

<박미경/ 편집실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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