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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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의 반성

2017-04-15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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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난 이후, 유대인의 대량학살에 관한 사실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미국내 유대인들은 깊은 자책감에 빠지게 된다. 만약 자신들이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의 정치권과 행정부의 정책에 결집된 유대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였더라면 미국의 2차대전 개입을 좀더 앞당길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유대인의 대량학살이라는 홀로코스트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책임감이 미국 내 유대인 사회를 강하게 지배하였다.

이러한 유대계 커뮤니티의 자기반성은 2차 대전 이후 막 세워진 신생국 이스라엘이 주변의 아랍국가 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도록, 미국이 친이스라엘적 정책을 수립하도록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리하여 1953년 I.L. "Si" Kenen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인 학자, 변호사, 활동가, 사업가들이 워싱턴에 모여 American Zionist Committee for Public Affairs를 결성하였다. 사무실은 워싱턴과 유대인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과 LA 등에 만들고 몇몇 사업가들의 기부로 기금을 충당하고 변호사나 정당의 활동가들이 주요 실무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강력한 유대교에 기반 한 이스라엘 민족주의 냄새를 풍기는 이름부터 워싱턴 정가에서는 반발을 불러왔다. 정통 유대교 중심의 유대인 로비단체의 결성 소식을 전해들은 미 정부는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한다. 특히 국무부에서는 사람을 보내 중동에 아랍계 여러 국가가 있는데, 중동의 한 작은 국가인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로비단체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아랍계를 자극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중동정책이 아랍권에 불리하게 보이게 되고 이것은 유대인 단체의 로비 때문이라는 모함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미 정부 관리들을 또한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 애이팩 핵심 참여자들에게 이러한 단체의 결성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포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차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에서 반 유대 정서의 실제와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들로서는 미국이 알아서 잘 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돕지 않으면 아무도 돕지 않는다는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한 그들은 이름을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로 바꾸고 보다 대중적으로 변화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에이팩은 워싱턴에서 최초로 친이스라엘 로비활동을 표방하면서 미국시민 로비의 문을 열었다.

1992년 4월 29일 미주 한인들은 미국 흑백갈등의 한가운데서 새우등이 터지는 참담함을 경험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는데 폭동의 한 가운데서 모든 것을 잃었다. 미국에서 참여하지 않는 소수계의 비애를 보았다.

그 후 한인 커뮤니티는 참여운동을 시작하였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던 한인들이 워싱턴에 모여서 결집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미주한인 워싱턴 풀뿌리 컨퍼런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인원은 2배씩 늘었다.

에이팩이 철저히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을 했다면 한인들의 활동은 주로 미국에서의 권익을 위한 운동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국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운에 휩싸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역내 긴장이 높아지고 더 이상 이것을 좌시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미국과 북한의 70년 동안 싸인 감정이 폭발 직전에 다 달았다. 거기에 한국은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세력들이 대권을 잡기 위해서 이전투구 하는 대통령 선거 국면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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