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이트헤드와 과정철학

2017-04-15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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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처럼 조용했던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겨우내 잠잠히 땅에 묻혀 긴긴 겨울잠을 잔 새싹들. 봄을 알리는 신호다. 지난 3월,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며 이젠 봄이 왔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눈보라를 동반한 겨울의 시샘에 돋아나려 했던 새싹들이 고개를 떨구었고 이제야 완연한 봄을 맞이하나 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이 있는 한국이나 미국의 동북부지방엔 계절의 감각이 우릴 자극한다. 들엔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훈풍이 얼굴을 감싸며 살 속으로 스며든다. 인간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바뀜. 자연의 섭리. 하늘과 땅이 어우러져 모든 생명들을 삶으로 인도한다. 자연의 순환 과정 법칙이다.

모든 게 다 과정이다. 세상 천지에 과정 아닌 것이 어디 있다든가. 삶도 죽음도 과정의 일부이다.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나고. 되풀이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도 자연도 어디론가 향하여 가고 또 가고 있다. 역사도 과정, 과학도 과정, 종교와 신학도 과정, 문화와 정치도 과정, 인류를 지탱해주는 이 땅, 지구와 태양도 우주의 과정 속에 있음에야.


알프레도 노스 와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년 2월15일 영국에서 태어나 1947년 12월30일 미국 보스턴에서 생을 다했다. 수학자요 철학자로 과정신학을 낳게 한 과정철학을 집대성한 시조다. 1910년 런던대학교의 웅용수학교수가 되기까지 버트란트 러셀과 10년에 걸쳐 <수학의 원리> 3권을 저술했다.

이외 저술로는 과정철학의 교과서라고도 불리울 수 있는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를 비롯해 <자연이라는 개념>, <과학과 근대세계>, <상징작용>, <관념의 모험>, <사상의 제 양태> 등이 있다. 런던대학교수를 지내다 63세에 하버드대에 초빙돼 철학교수를 역임했다. 과정철학의 대 주제, 모든 게 다 과정이요 한 몸이다.

21세기, 근대신학을 대표할만한 과정신학(Process Theology)은 신과 우주만물을 2분법적인 대립관계로 보지 않고 통전적이며 유기체적인 생명관계로 이해한 와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신학에 접목한 현대인을 위한 대안신학(Alternative Theology)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영국 성공회의 신부였던 와이트헤드. 그는 철저한 유신론자였다.

과정철학의 기본개념은 되어감, 즉 완성단계가 아닌 되어져가는 과정(Becoming Process)에 있다. 플라톤(Platon)의 2원론적인 철학이 아니라 새로운 형이상학인 유기체철학(Philosophy of Organism)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현실재(Actual Entity)들은 유기적 결합으로 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즉 한 몸이란 뜻이다.

과정신학의 기본개념은 양극신론(Bipolar Theism)으로 거대한 생명체내에는 전자나 양자가 있고 그것의 극대자는 우주이며 더 큰 극대자는 하나님이다. 현 실재는 사람에게 몸과 마음이 있듯이 두 극, 즉 심성적측면(conceptual/mental pole)과 물리적측면(physical pole)이 있고 이것은 창조성 하나님과 무기물에도 적용된다.

하나님을 창조자라기보다 창조성이라 이해한 와이트헤드. 이유는, 하나님은 우주만물을 일시에 창조해 버린 창조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창조의 역할자와 행위자로서 과거, 현재, 미래의 구별 없이 언제나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이트헤드는 하나님을 창조이전에 계신 존재가 아니라 창조와 함께 있는 존재라 지적한다.

봄의 향기가 드높이 온누리를 향해 퍼지고 있다. 새싹을 비롯한 만물이 용솟음치는 봄. 겨우내 드리웠던 어둠과 침전의 기세가 화창한 봄기운에 모두 물러가는 듯하다. 내일은 예수가 그리스도가 되는 부활의 아침을 맞이한다.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부활의 과정. 우리에게 있는 그늘지고 어두운 마음들 모두 벗어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 받는 과정이 모두에게 임해지기를 기원해본다. 모든 것은 다 과정이다. 죽음도 삶도 소우주도 대우주도 모두 과정 속에 있음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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