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강국

2017-04-12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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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중국을 한 마리의 ‘잠자는 사자’로 비유하면서 중국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에서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실시이후 전개되는 변화를 보면 중국이 ‘잠자는 사자’라기보다는 ‘잠자는 용’으로 보는 편이 더 맞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 40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고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강한 응집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인은 평소엔 서로 다투다가도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는 모두가 단결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점에서다. 이러한 기질로 중국은 지금 놀랄만한 경제발전을 이룩, 세계 강국 G2의 반열에 올라 미국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며 힘과 저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이는 또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리지 말고 쥐를 잡는 고양이가 돼라”고 강조한 등소평의 전격적인 개혁 개방조치가 바탕이 된 결과라고 한다.


이런 중국이 서방국가들과의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놀랄 정도의 인내심을 보여 왔다. 중국외교의 핵심인 ‘재능은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때를 기다린다’ 즉 ‘빛을 감추고 어둠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덧말:도광)養(덧말:양)晦(덧말:회))’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중국은 다른 나라와 가급적 충돌하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과 한국은 옛 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더구나 이제는 두 나라가 절실한 동반자 관계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잠재력 때문에 선진국 도약을 꿈꾸는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중국 역시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한반도 안정의 절대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최근 거듭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는 물론, 전세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달라는 한국과 미국, 국제연합의 거듭되는 요구가 있는데도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과 지난 6일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였다. 트럼프는 중국의 시주석과의 이번 회담 자리에서 보란 듯이 최근 화학무기로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한 시리아를 향해 59발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기 위한 압박용과 북한에 대한 경고 조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충돌도, 그렇다고 손해도 보지 않는 범위에서 문제에 대한 심각성만 공유하고 구체적인 제재방식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 없이 회담을 마쳤다고 한다. 외교정책의 근간인 도광양회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 군사행동 조치를 강행,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미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한국내 외국인 소개설이 난무하는 등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도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경고뿐이고 오히려 압록강에 병력 15만 명 배치설만 나돌고 있다.

이러고도 중국이 세계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모든 나라들과 지구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행보를 같이 하고 상호 공존하는 태도를 가져야 강국의 대열에 들 수 있다. 진정한 강국은 경제력만으로는 안 된다. 갈수록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진전을 뻔히 보면서도 남의 불 보듯 하는 중국의 태도는 강국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중국은 언제까지 도광양회 자세로 국제무대에서 버틸 것인가. 계속 발톱을 감추고 자국의 이익만 취하려고 하다보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이제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확실하게 전면에 나서야 옳다. 그것이 진정한 강국, 국제사회에서 박수를 받으며 떠오르는 멋진 용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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