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화위복

2017-04-10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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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부활절을 앞두고 뉴저지 주 잉글우드 제일교회에 불이 났다. 이 교회는 150년이 된 역사적인 교회로 건물이 몹시 아름다워 관광 코스에 들어가 많은 외국인들까지 방문하는 교회였다. 예배당이 전소하여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한국계 목사인 리처드 홍 담임자는 “화재 후 교인들의 숫자도 훨씬 늘고 정신면에서 훨씬 활발해졌다”고 말한다. 재화가 축복의 시작이 된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은 화가 복이 된다는 뜻이다. 핸디캡은 누구에게나 있다. 약점 없는 인간은 없다. 사회는 핸디캡에 대하여 무척 냉정해서 취업, 결혼, 학업, 비즈니스 등, 소위 성공가도에서 평가절하의 조건으로 삼는다. 그러나 많은 위인들은 자신의 핸드캡을 뛰어넘은 사람들이었다.

호머와 밀톤은 시각장애자, 베토벤은 청각장애자, 알렉산더 대왕은 곱사등이, 나포레온과 세익스피어는 보행장애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휠체어에 앉아 미국을 다스리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바울은 자기 몸에 가시가 있다고 개인적인 핸디캡을 공개하였지만 기독교의 터를 놓고 성경의 절반을 썼다.


뉴저지 주의 한 사람이 농림부 장관에게 편지를 냈다. “잔디에 민들레가 자꾸 나와서 속상합니다. 민들레를 죽일 비결을 가르쳐 주셔요.” 곧 회답이 왔다. “민들레를 사랑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미국다운 이야기이다. 핸디캡을 소멸시키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핸디캡을 뛰어넘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야구 시즌이 시작되었다. 팬들은 짐 아보트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오른손이 없다. 그러나 시속 94마일의 속구를 던지며 투수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아 일루로 송구하는 속도도 번개와 같다. 그는 말한다. “이 세상은 내일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손이 하나뿐이지만 현재의 조건으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카인 박사(Cain)는 재해경제(Economics of Disasters)란 말을 썼다. 재난 뒤에 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론이다. 1단계는 손실의 기간, 2단계는 ‘간접손실’의 시기로서 실업 증대와 여가 활동이 위축된다. 그러나 3단계가 온다. 회복와 재건의 기운을 타고 돈이 풀리고, 고용은 증대하고, 소매 거래가 활발해진다. 건축자재에서 식품까지 거의 모든 품목에서 매매가 활성화된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보면 재난을 겪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불평하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은 너무 가까이만 보기 때문이다.

길에서 가끔 Detour 표지판을 본다. 길이 막혔으니 돌아가라는 뜻이다. 돌아가는 것은 유쾌하지 않지만 그래도 목적지에 빨리 가려면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건강상실, 사업실패, 자연재난, 취업과 입학탈락 등은 잠간 돌아가라는 푯말로 보면 된다. 어리석은 자는 쉽고 넓은 길만 골라가려다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나의 부친은 냉수마찰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추운 겨울 아침에도 웃통을 벗어젖히고 “찬 맛이 좋다!”고 말씀하시던 것을 기억한다. 찬 맛을 아는 것은 온상의 아늑함을 즐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경험이다.

야외예배가 계획된 날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한 교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점심 먹을 때쯤이면 비가 그치겠죠?” 나는 신학교에서 기상학은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의미로 대답하였다. “비는 반드시 멈추게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과 재난의 해결을 외부에서 찾지만 사실은 고통과의 투쟁 속에 길이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조급해서 기다림의 맛을 모르는데 괴로울 때는 기다림의 예술을 터득해야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모진 북풍이 강한 바이킹과 그들의 항해술과 조선술을 개발시켰다. 인류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기술 향상 면에서 추운 지방이 따뜻한 곳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 키위나 펭귄이 많다. 그들은 날지 못한다. 환경이 좋아 걸어만 다녀도 먹이가 충분하니까 진화과정에서 날개가 퇴화한 것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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