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재들의 시대는 가고 전문가의 시대가 온다

2017-04-08 (토) 고영준/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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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세계적으로 80 년대와 9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또한 각 분야에서 돋보이는 존재들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쥐고 승승장구했다.

그것은 부유한 부모들의 뒷받침으로 이루어낸 성공도, 좋은 대학의 뒷배경으로 성공한 것도 아닌, 자신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대중들은 그런 소수의 사람들을 천재라 부르며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그들이 제시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에 맹종하며 열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천재성을 지닌 소수의 엘리트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물질만능의 조류를 피할 수 없었고, 결국?이미 완성된 부를 소유하고 있던 기득권층과의 공조가 불가피했다. 천재들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기득권층들의 영향력과 자본의 결합은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가속화시켰고, 그렇게 소수의 천재들과 기득권층들은 자신들의 독보적인 부의 철옹성을 더욱 견고하게 쌓아갔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만 흘러갈 것 같은 그들의 독식에도 경종을 울린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터넷의 보급과 대중화였다.

이 상황은 단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너무도 엄청났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지식을 공유해 지적 수준이 높아졌고, 그동안 소수의 천재들이 보여줬던 것 이상의 것을 기대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또다른 의미의 천재들이 됐다.

결국 천재들이 이룩해낸 성공은 30% 재능과 30%의 노력, 그리고 40%의 정보 독식을 통해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부터 정보의 독점은 부를 쌓기 위한 초석이 되었고,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기득권층들은 정보의 독식을 제1의 과제로 삼을 만큼 중요했다. 결국 천재들의 급속한 성장의 비결은 정보를 독식하고 있었던 기득권층들과의 협업이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상 정보의 독점이 불가능해진 현재의 상황에서 독점이 아닌 공유로 바뀌어가는 수순은 시대의 새롭고 당연한 패러다임이다.

이제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정보의 양은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 섰고 정보의 카테고리도 세분화돼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이들 또한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과 집단 구성을 통한 싱크 탱크를 만들어 가야만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과 기업, 브랜드와 브랜드, 개인과 개인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장치를 통해서만 더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고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고 또 나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결국 인간은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이 모여야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이 사회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영준/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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