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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부활: 씨비스킷

2017-04-04 (화) 연주영 (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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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나는 아주 특별한 꽃을 선물 받았다. 안투리움(Anthurium)꽃은 내 사무실의 화병 안에 꽂아져 있은데, 뿌리가 물속에서 떠 있는 것이 특이하다. 꽃이 지고 나니, 다시 꽃이 피어나더니 현재 5번째의 꽃이 태어났다. 흙도 없고, 꽃이 살아가기에 최 적합한 환경이 아닌데도 대를 이어가는 이 신비로운 꽃을 나는 호프(Hope)라고 부른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의 ‘희망의 아이콘’은 씨비스킷(Seabiscuit 1933 ∼1947)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주마가 되기에는 너무나 왜소했던 씨비스킷, 구부러진 다리를 가지고 당시 최고의 경주마들에게 도전하여 승리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미국 사회에 준 것이다.

2001년에 출판된 로라 힐렌브랜드(Laura Hillenbrand)의 ‘씨비스킷’책에는 비록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가슴으로 경마했던 기수 레드 폴라드와, 씨비스킷의 승부 근성을 직관으로 뚫어본 경마 조련사 톰 스미스와 마주 찰스 하워드가 어떻게 씨비스킷을 통하여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는지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인생의 클라이맥스에서 레드와 씨비스킷은 차례로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레드는 씨비스킷에게 책을 읽어주며, 대화하면서 훈련을 재개 한다. 결국 둘이 부활하여 정상에 다시 오르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레드는 씨비스킷에게 “아빠”라고, 톰 스미스는 “아들”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자신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사람을 호칭한 것 같다. 특히 하워드는 씨비스킷이 은퇴한 후에도 함께 살며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었다. 그들은 모두 사랑으로 한 가족이 된 것이다.

씨비스킷’ 책에는 보석 같은 문장들이 많은데,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낭독하는 부분은 조련사 톰 스미스의 격언이다. “너의 말에 대하여 배워야 한다. 한 마리씩. 그리고 그의 마음과 가슴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말은 그저 통제할 수 없는 동물일 뿐이다.”

나는 가끔씩 아주 훌륭한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을 만난다. 부모를 존경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의 시선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씨비스킷도 세계 최고의 명마들의 자손이었지만 처음에는 무척 게으르고 느렸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씨비스킷은 자신이 경주를 할 때에 기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무한한 잠재력이 에너지로 바뀌었으니, 자신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노력을 해 보자고 이야기 해 주면 용기를 얻는 것 같다.

씨비스킷의 스피릿은 현재에도 우리 곁에 있다. 선거에서 가장 약한 후보자가 이변을 일으켜서 이길 경우에 “씨비스킷 후보”라고 부르기도 하고, 씨비스킷이 지냈던 마구간은 2014년도에 문화재로 선정되어 ‘부활’이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연주영 (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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