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은 지 1,073일만에 바다에서 건져졌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 탑승자 476명 중 304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22일 본 인양에 돌입, 23일 물에서 나온 세월호 선체는 적갈색 녹이 잔뜩 슬고 상처투성이로 너덜너덜한 모습이지만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저 안에 우리 아이가?’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오늘은 우리 애 소식이 오려나 하고 3년을 기다려 온 가족들은 우황청심환을 먹으며 지켜보고 있다. 차가운 바닷속에 3년간 버려져 있다가 건져 올려진 세월호는 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께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준비작업 속도에 따라 지연될 수도 있지만 육상에 거치되면 세척과 방역작업을 거쳐 미수습자 수색이 시작된다.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의 조속한 인양 요구에도 불구하고 맹골수도의 기상 악조건, 인양작업의 기술적 문제, 천억 원의 인양비용을 들어 미루고 또 미루었던 정부다.
침몰 1년 후인 2015년 4월22일 정부의 세월호 인양이 공식발표 되고 그해 8월 4일 상하이 샐비지 컨소시엄으로 인양업체가 최종확정 되었다. 거대한 선체를 끌어올리려면 날씨, 바람, 파고, 기술 등이 완벽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실한 사전조사, 작업실패, 인양방식 변경, 반복된 연기로 또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문제가 나오는 것조차 꺼려하더니 심지어 탄핵 심판 중인 1월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년도를 틀리게, 남의 나라 일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능, 불성실, 폐쇄적인 정부의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갑자기 끌어올려진 세월호, 그것도 작업시작, 시험 인양을 시작으로 불과 2~3일만에 건져졌다. 뭔가 홀린 것 같다. 음모론이 생길 법 하다.
세월호 유가족 울음소리가 가슴을 후벼 판다며 TV 채널을 돌리기 급급하던 한 한인은 “ 이틀만에 건질 것은 왜 이제야? 고의로 물속에 두게 한 나쁜 놈들, 천벌을 받아야해.” 하며 흥분하기도 했다. 세월호의 창문과 출입구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하고 세월호 주변에 철제 펜스를 쳤다고는 하나 차가운 물속에 얼음장처럼 언 시신들은 불고 찢겨지고 해체되어 백골이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중도에 끝나지 않았다면 12월 대선을 치르고 새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그대로 물 속에 있었을 것인가? 300억대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범죄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박근혜 전대통령이 출두하자마자 세월호가 올라오고 최순실 국정농단 공범으로 31일 구속된 그날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누워 목포 신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누가 일부러 시기를 맞춘 것처럼 미묘하기 짝이 없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 세월호 미수습자 9인의 인권에 대한 존엄과 권리는 처음부터 없었다.
29일 공식활동을 시작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초 참사 진상 규명과 미수습자 수색작업을 확실하게 진행하여 모든 의혹과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검찰 수사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청와대 관계자, 진상을 밝히려는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이, 조속한 인양을 방해한 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혹, 대통령 탄핵 인용이후 갑자기 세월호가 인양된 데 대해 ‘지는 패와 뜨는 패’를 가늠한 자가 있는 지,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권 실세에 따라 움직인 자가 있다면 이 또한 밝혀내야 한다. 권력과 금력을 지닌 누군가가 법까지 마음대로 운용하며 부리는 농간이라면, 그 역시 구속시켜야 한다.
이제라도 인양해서 다행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단 몇 시간이라도 차가운 물속에 있으면 고통스럽기짝이 없는데 어떻게 이틀이면 건져낼 것을 3년이나 걸렸는 지, 모든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현재 각 정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후보자 등록 후 4월17일이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세월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에 선체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로 모든 의혹과 루머, 의심을 잠재우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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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