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등 소외지역 학생에 한국문화 알리는 가교역할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29일 오전 퀸즈 금강산 연회장. 낯선 얼굴의 초등학생 100여명이 식판을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채 떡국과 잡채, 불고기를 배식 받을 때 마다 또렷 또렷한 한국말로 고마움의 인사말을 전했다. 이들은 바로 ‘브롱스 차터스쿨 포 베터 러닝’(BBL) 초등학교 한국어반 학생들로 이날 한식 체험행사의 일환으로 한식당을 찾은 것이다.

11년 전 설립된 BBL 초등학교는 뉴욕에 한류 문화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한국어반을 외국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인은 물론 아시안 학생조차 찾아 볼 수 없는 BBL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것은 1980년대 평화 봉사단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던 브루스 발라드 교사의 노력 덕분이다.

5년간 한국에 살면서 한국 문화에 매료된 발라드 교사는 BBL 초등학교 설립되면서부터 곧바로 한국어 수업을 추진했다. 그는 "대부분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아이들은 맨하탄이나 퀸즈를 가볼 기회조차 많지 않고 아시안 문화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며 "한국어반을 통해 학생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600명이 전교생인 BBL 초등학교에서는 4, 5학년을 제외한 킨더가튼부터 3학년까지 총 400명이 한국어를 필수로 배우고 있다. 한국어반은 어린이와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사말과 한글, 한국어 동요 및 한국 전통 문화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BBL 초등학교에서 4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수진 교사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K-팝, 한국 음식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