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 그냥 태어났으니 하루하루 숨 쉬며 살아가는 게 삶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삶.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 누구는 태어나기도 전 어머니 배에 있을 때 숨을 거두는 생명도 있고 누구는 100세가 넘도록 삶을 누리는 자도 있다. 수동적인 태어남으로 시작된 삶은 능동적인 삶으로 변화돼 일생을 살아가게 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행복의 삶, 혹은 불행의 삶을 누리는 자도 있다. 그 중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지 아닐까.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워싱턴 디씨에서 문학 활동을 활발히 하던 의사인 은천 이병기 시인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불과 암 발견 2개월만이란다.
그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왕성하게 의료 진료를 했었는데 배가 아파 진료를 받으러갔고 내시경 조직검사를 통해 췌장암 말기 판단을 받은 후 채 3개월이 안 돼 세상을 하직했다. 워싱턴디씨에 사는 최연홍 시인. “남자에게도 천사란 말을 쓸 수 있다면 나는 감히 의사 시인 이병기에게 그 말을 쓰리라”며 그를 추모했다.
최연홍시인은 “윤동주가 사랑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의사. 환자를 돌보듯 윤동주모임을 돌보는 착한 남자. 이 세상에서 천사란 말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내 윤동주문학회 초대회장 은천 이병기”라 덧붙여 추모했다. 그토록 건강했던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하직할 줄이야 누군들 알았겠으랴. 삶이란 이런 건가.
취재를 다니며 잘 알게 됐던 뉴욕의 기자며 음악도인 우병만 목사. 그는 지난해 췌장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고 지금은 한국에 나가 요양 중에 있다. 페이스북에 간간히 그의 소식이 전해지는데 머리에 모자를 쓴 채 찬양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그에게 희망을 본다. 그리고 기도한다. 더 오래 살며 찬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교회일보의 대표였던 우병만 목사는 남다르게 선행에도 앞장섰었다. 이웃을 위해 베푼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교회협 산하 청소년센터에 기부금 1만 달러 전달 등. 이렇게 교회와 사회, 이웃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우목사에게 희귀병에 췌장암까지 생긴 거다. 그가 투병 중 만났을 때 그는 기적을 믿으며 기도한다고 했다.
우리네 삶.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어제까지 건강했던 사람이 오늘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갈 때마다 그저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2015년 12월4일 암 수술을 받았던 친구. 수개월 동안의 죽음 같은 고통을 견디어내고 지금도 살아 안부를 전한다.
그는 남 못지않게 건강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 밤사이 요도를 타고 흘러내린 출혈로 인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했더니 암이란다. 2개월에 걸친 정밀조사 끝에 수술을 택했고 수술 후 이어진 고통은 그에게 이런 기도까지 하게 했다. “차라리 이런 고통을 계속 주시려면 내 목숨을 고통 없는 곳으로 가게해 줄 수는 없습니까.”
1995년 방영돼 시청률 최고를 기록했던 모래시계에서 주인공 박태수(최민수)의 엄마로 나왔던 김영애(66)씨. 최근 활동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유는 암이란다. 암도 치유될 수 있으니 그가 회복을 통해 다시 활동해주기롤 기원해 본다. 1998년 뉴욕에서 한인교회를 가장 빨리 성장시킨 목사 한 분이 세상을 하직했다.
그의 병명은 췌장암이었다. 그를 위해 온 교인이 철야기도를 하는 등 정성을 다 했지만 그는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토록 삶속에 찾아오는 병이란, 특히 췌장암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암이 언제 발병할 것이니 준비하라 하지 않는다. 예고 없이 찾아와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암 같은 존재다.
삶이란 무엇인가. 허무한 게 삶인가. 건강했던 주위의 분들이 허무하게 쓰러져가는 걸 보면 지금 우리들, 즉 건강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생명이 건강한 순간순간을 하늘에 감사하며 소중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보다는 남을 위해.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사랑하며 살아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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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