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두 벌거벗고

2017-03-18 (토) 신충식/노인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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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섬나라는 여러 군데를 모두 한 번 이상 가 보았는데 10년 이상 매해 가던 자메이카의 온도가 점차 내려가서 수영을 하려면 겨우 바닷물에 몸을 담그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2016년 1월)아루바 라는 섬나라로 여행지를 바꾸어 갔다. 아루바 섬은 좀 더 남쪽에 있고 약 20여년 전에 여러 번 갔던 곳인데 당시 기억으로 화씨 90도 이상 아주 더운 기온으로 기억하고 있던 섬이다.

때문에 여행지를 바꾼 아루바 섬의 온도가 옛날 그 온도가 아님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지구의 기후 변화를 정확히 실감 하고 온 여행이었다. 화씨 90도를 넘던 장소가 평균 85도로 뚝 떨어져 매년 가던 자메이카 섬과 마찬가지의 온도로 변해 버렸다.

자메이카도 20여 년 전 보다는 많이 온도가 내려간 상태다. 내가 50세때 본 70넘은 노인들이 바닷가에 앉아 햇볕만 쬐고 있던 그림이 현재 내가 그 지경이 되었다. 아침결에는 물속에 들어갈 생각을 못하고 오후 뜨거운 태양이 올라올 때 겨우 물속에 들어갔다. 물론 젊은 청춘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자연히 벌거벗고 오가는 수많은 연령대의 사람 몸을 보게 되고 그를 통해 명상에 잠기게 되었다. 우리의 몸은 육신만 쳐다보면 무수히 서로 다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가 튀어 나왔다.

톨스토이가 80이 넘어서 쓴 명언집에 보면 인간의 과식은 죄악 이라고 말했다. 글쎄 왜 많이 먹어서 뚱뚱해 지면 죄악이 되는가? 이웃의 굶는 사람들 때문인가, 아니면 영성을 담고 있는 자신의 몸이 영성을 담고 있는 그릇이 망가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걸까?

여하튼 어린 아이의 몸 한참 꽃피는 청춘의 몸, 중년의 몸 뼈와 가죽만 남은 노인의 몸, 여성의 몸매, 남성의 몸매 아이의, 어른의 늙은이의 눈앞에 수없이 다른 많은 몸매가, 또한 수없이 다른 모양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그렇게 모두 시간대 마다 다르게 변해있는 육신들이지만 한결 같이 같은 성질의 영혼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영혼이란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비 물질의 성분이다. 물질과는 전혀 관계없는 시간과는 관계 없는 50년 전의 영혼과 지금의 영혼과 같은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들이 육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4살 된 아이의 마음도 80이 된 어른의 마음도 정도 차이는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같다. 예쁜걸 보면 좋아 하고 사랑스럽게 대하면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다. 바로 그 점이 영혼이다. 배고픔을 아는 건 육신이지만 아름다움과 친절과 사랑을 알아보는 건 영혼이다. 그래서 우리의 육신은 영혼이 들어가 있는 그릇이다. 그릇은 낡아서 쇠퇴하면 볼품이 없어도 영혼은 그 겉모습과는 다르게 존재한다.

영혼은 어떤 경우에나 우주의 섭리에 동조한다. 바르게, 아름답게, 진실되게 가는 방향을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영혼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똑같은 성질의 근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돼야만 한다. 너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같으니까.

아주 예쁜 몸매를 가진 여자와 젊은 청년이 함께 다정하게 바닷가를 걸으면서 서로 애정이 넘친다. 서로의 육신이 합하면 또 하나의 그릇이 만들어 진다. 인간의 육신은 끝없이 영혼의 그릇을 만들어 간다. 해변에서 모래를 파헤치며 놀고 있는 다섯 살쯤 되는 아이 속에도 나와 같은 종류의 영혼이 들어 있어서 아이 앞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걸 보여주면 아이의 영혼은 반발 한다.

우리의 영혼은 한결같이 모두 평화를 사랑하고 서로 즐겁게 살기를 원한다. 세상에서 불행을 경험하면서 영혼은 공부한다. 불행 속에서 행복을 창조 하라고 영혼이 말해 준다.

<신충식/노인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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