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수 장인 정영양 박사,한국문화원 갤러리서 특별전
“한국 자수의 보전과 후학양성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죠.”
한국 자수의 학문적 틀을 마련한 한국 자수의 대모, 정영양(81) 박사의 작품 세계와 삶을 조명한 특별전 ’그녀의 역사의 순간들(The Moment of Herstory)'이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지난 2일 개막됐다.
‘아시아 뉴욕위크’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여성들만의 공간이었던 규방의 문지방을 넘어 세계 속으로 한국 자수를 알리고, 후배들을 위한 길을 열어가고 있는 정 박사의 여성 예술가로서의 삶과 함께 자수 20여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정 박사는 지난 7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년전 인사동을 방문해, 자수의 너무 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며 “알고 보니 자수들이 모두 중국산 수입품이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꺼냈다. 이어 “우리의 전통을 보전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사오면 한국 자수들은 어떻게 되며, 후배들은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1960년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정 박사는 1965년 국제 자수 공예 학원을 설립,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 자수의 홍보 대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사업가로 활동했다. 1976년 자수 연구로 뉴욕대(NYU) 예술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그녀는 자수로 뉴욕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깨달았다. 학위 논문 ‘자수의역사와 문화적 발달’을 쓰기 위해 참고문헌을 찾아 다니며 개척자로서의 처절한 고생이 시작됐다.
정 박사는 “용어를 내가 만들어낼 정도로 자료가 거의 없었다”며 “중국에서 고서를 뒤져, 거기에 몇마디 나온 것을 근거로 지역을 찾아가고, 유물을 찾아내고, 그 유물의 재료가 사용됐던 시기를 알아내는 등 가방을 메고 군화를 신고, 직접 문헌을 찾아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몽골 등을 돌며 모은 수집품 600여점은 숙명여대에 기증됐다. 2004년 그렇게 정영향 자수 박물관은 개관했다. 후배들이 같은 고생을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기증을 했다는 정 박사는 “이제는 자수에 마케팅을 접목, 상품화 시키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며 “작가들도 자수로 생활을 지탱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의 저서 ‘Silken Threads', ’Painting with a Needle'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내달 27일까지 특별전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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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