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나이 90인데…

2017-03-09 (목) 케빈 윤/ 뉴저지 잉글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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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뉴저지의 한 한국식품점에 들렸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로한 분이 내게 화를 내면서 고성을 지른다. 차 운전 제대로 하라고 하면서 반말로 나를 나무란다. 내 나이 90인데 하면서 또다시 소리를 지른다. 나도 손자가 있는 70대인데… 내 차는 가까이 물체가 지나가면 소리가 나고 백미러에서 불이 반짝반짝 들어온다. 참 기가 막혔다.

나이 먹은 것이 무슨 큰 자랑인가, 나이를 먹으면 젊잖게 먹어야지 말하는 태도가 0점이었다. 내 자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옛날 어른들이 하던 행동을 여기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가려는데 갑자기 나에게 우산을 들고 오더니 방패삼아 또 내 나이 90인데 까불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저런 분이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디에서 다시 만날까 두렵다. 제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노인이 되었으면 한다. 나이 먹은 것이 무슨 훈장이나 계급장이 아니지 않은가!

젊은 사람들한테 그렇게 화를 내고 말 한마디 마음대로 해보아야 자기 자신이 비참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늙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분은 내 나이 90이라고 큰소리 치면서 반말로 저급하게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이제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내 나이가 90인데 란 말은 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나이가 들면 말과 행동을 조심해서 해야지 그 누구하나 자식들까지도 알아 주지 않는다.

<케빈 윤/ 뉴저지 잉글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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