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도 9년째 제자리… 가톨릭·불교에 뒤져
▶ “현시국 사회적 역할 잘한다” 22.2%에 불과
신뢰는 관계의 기본을 이룬다. 교회도 신뢰를 잃으면 전도나 선교가 통하지 않는다. 사회적 신뢰는 크리스천 개인이나 교회 모두를 위한 존재와 성장의 밑바탕이다.
개신교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각종 통계 조사에서 개신교인과 교회를 향한 신뢰도는 최근 수년 동안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조사에서도 한국인 성인의 10명 중 2명 만이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 9년간 제자리걸음 상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이 처한 현 상황과 관련해서는 개신교에 대한 평가가 더욱 곤두박질쳤다. 개신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섰다. 현재 한국 사회가 처한 시국과 관련해 개신교가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2%에 그쳤다.
지난 3일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발표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20.2%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1.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보통이다’는 평가는 28.6%로 나타났다. 기윤실은 지난 1월20과 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기윤실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2010년과 2013년에도 개신교의 신뢰도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는 3년 주기로 정기적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신교의 신뢰도는 지난 2013년과 비교해 보면 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또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8년의 18.4%과 비교할 때 신뢰도는 소폭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기윤실은 이와 같은 근소한 상승치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의 오차 범위 안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종교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개신교는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여러 가지 종교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으로 32.9%가 ‘가톨릭을 가장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불교를 꼽은 사람이 22.1%를 기록했으며 개신교는 18.9%로 세 번째 순서를 차지했다.
개신교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긍정적 평가는 40%를 밑돌았다. 항목별로는 ‘한국교회는 교회 밖 세상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38.7%를 보였으며 ‘사회문제 해결 및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사람은 33.3%에 머물렀다.
또 ‘최근 어려운 시국에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2.2%에 불과했다. 더구나 현 시국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무려 72.4%에 달했으며 무응답은 5.4%였다. 절대 다수의 한국인이 난국에 처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개신교에 불만을 품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 사용’이라는 응답 비율이 26.1%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타 종교에 대한 태도’가 21.9%, ‘교회 지도자의 삶이 17.2% 등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분야에 따라 개신교 사역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 가장 미래 지향적 종교로 개신교를 손꼽는 사람이 많았다.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종교’를 물은 결과에서는 가장 많은 36.2%가 개신교를 꼽았다. 또 ‘10년 후 가장 증가할 종교’ 항목에서도 40.3%로 개신교가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개신교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는 ‘약하고 낮은 자’를 돌보고 지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해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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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