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소유율 ‘곤두박질’ 어렵사리 사도 ‘출혈 구입’

2017-02-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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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보험료 인하 연기 등 구입여건 전반 악화

▶ 바이어 은퇴자금 희생하거나 매물 퀄리티 포기하기도

안개에 쌓인 주택시장 전망

주택 시장의 미래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율이 다시 곤두박질 치고 있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젊은 층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 주택 시장 성향의 정책을 결정하면서 주택 구입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주택 시장의 최근 상황을 짚어본다.


■ 주택 소유율 다시 추락
지난해 4분기 주택 소유율이 다시 하락했다. 연방센서스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택 소유율은 약 63.7%로 전년 동기(약 63.8%) 대비 약 0.1%포인트 떨어졌다. 주택 소유율은 지난해 2분기 50년래 최저 수준인 약 62.9%를 기록한 뒤 3분기에 소폭 오른 바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넬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소유율이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며 “중산층의 주택 소유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주택 시장과 경제가 동시에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주택 소유율이 오르기 위해서는 젊은층의 주택 구입이 늘어야 하는데 젊은층의 내집 마련에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다운페이먼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층 중에는 아직도 부모집에 얹혀살거나 아파트를 임대중인 비율이 높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약 80만5,000여 가구가 신규 형성됐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약 54%가 세입자였다.

■ 집 소유율 당장 오르기 힘들 것
연방정부가 저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 시행 등 젊은층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여러 구조적인 요인으로 주택 소유율이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평균 연령대는 30대 초반이다. 현재 생애 첫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는 밀레니엄 세대의 중간연령은 약 27세로 아직 수년이 더 지나야 주택 구입 물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잰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소유율이 과거 평균인 약 65%대에 근접하려면 밀레니엄 세대가 자녀를 갖게되는 2020년대 초반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층의 주택 구입 욕구가 최근 낮아진 것도 주택 소유율 전망에는 부정적이다. 온라인부동산업체 트룰리아닷컴이 지난해 젊은층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집 마련이 아메리칸 드림 실현의 일부분이라고 답한 응답비율은 약 72%로 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 모기지 신청 급감
트럼프 행정부가 FHA 융자에 적용되는 모기지 보험료 인하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직후 모기지 신청이 크게 줄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2월1일 발표에 따르면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보다 약 3.2% 하락했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무려 약 18%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기지 신청 건수 하락의 주요 원인은 모기지 보험료 인하 철회에 따른 FHA 융자 신청이 급감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택 시장 관련 첫 번째 결정이기도 한 FHA 모기지 보험료 인하 철회가 발표된 뒤 FHA 융자 신청 건수는 무려 약 13%나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 차기 국장 지명자 벤 카슨은 “FHA 재정 건전성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의 모기지 보험료 인하 정책을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모기지 보험료 인하로 납세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철회 결정 배경을 밝혔다.

보험료 인하 철회 발표 뒤 FHA 재융자 신청 건수도 크게 감소했다. MBA에 따르면 철회 발표 직후 FHA 재융자 신청은 무려 약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구입여건 악화로 ‘출혈 구입’ 증가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주택 구입에 따른 ‘출혈’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매물 부족, 집값 상승, 모기지 이자율 상승 등 주택 구입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택 구입을 위해 다른 비용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구입자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중개업체 ‘오너스 닷컴’(Owners.com)이 실시한 조사에서 약 60%의 소비자들은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은퇴 자금이나 비상금 마련보다 우선순위라고 답했다.

약 72%의 소비자들은 주택 구입을 위해 기타 투자 자금 규모를 줄일 의향이 있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택 구입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소비자들 중에서는 현재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주택 구입 여건 악화 상황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었다.

매물 부족에 따른 구입 경쟁 심화, 주택 가격 상승 등의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약 69%의 소비자들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내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다른 저축을 조금 줄이는 것 외에도 건물 상태가 불량한 집이라도 사서 고쳐 살겠다는 응답자가 약 51%, 필요한 건물 크기보다 작은 크기의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약 36% 정도였다.

■ ‘언제 독립하니’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젊은층 급증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부모 집에 얹혀사는 젊은층(18~24세)의 비율이 10년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 형제, 친척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젊은층의 비율은 약 40%로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2005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5년 이전에는 젊은층 3명중 1명 비율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특이한 현상은 경제가 회복되고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경우 경제가 회복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별도로 거주하는 젊은층의 비율이 증가했던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다.

젊은층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모기지 대출조건과 치솟는 주택 임대료로 인해 독립하지 못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과거에 비해 결혼과 자녀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첫 주택 구입 연령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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