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삶

2017-02-14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정책위원
크게 작게

▶ 웨체스터 칼럼

남편이 한국기업에서 일하던 10여 년 동안 한국방문을 자주 하면서 오랜 미국생활에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국적도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단어와 외래어들을 듣게 되었다.

한글처럼 쓰여지고 있는 ‘코디(Coordinator)’나 ‘캐미(Chemistry)’처럼 긴 발음을 짧게 줄여 변형시킨 단어들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 조차 원래의 단어나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여 재미있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단어였다. 이는 원래 불란서의 옛 말인데 영어로 직역을 하면 “Nobility Obligates (귀족의 의무)”라는 뜻으로서 귀족성은 자신들의 특권, 즉 재력과 권력을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환원하여 존중받는 행동을 한다는 참 멋진 말이다.


그 당시 한국에서 본 한 잡지의 이름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유명 인사나 신분이 높은 이들이 명품으로 치장하고 외출하는 사진과 멋진 모델의 화려한 사진 옆에는 이들의 외모를 흉내낼 수 있는 방법과 가격을 자세히 알리며 구매를 선동하는 고가의 수입명품 선전 패션잡지였다. 한 벌의 복장이 일반인의 한 달 월급을 초과하는 값이었으니 제한된 현대판 귀족들이 아니면 명품병에 걸려 자신의 능력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가짜 귀족’들의 소모품들이었을 것이다.

요즈음 시끌벅적한 한국과 미국정계의 엽기적인 사건들과 쉬지않고 쏟아지는 부정부패의 소식을 들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쥐”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이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귀족, 재력과 권력를 가진자들에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능력 안에서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을 받은 이들은 이미 “귀족”으로 신분이 상승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를 불러주신 이의 명령인 것이다. 비록 귀족처럼 대단한 재력과 권력이 없더라도 본인의 은사를 통해 이웃을 섬기고 나눔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것이다.

존경 받을만한 직업을 갖고 사회봉사를 잘 하는 사회 지도자나 교회에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조차 “깜둥이”이라며 흑인을 깔보는 표현을 서슴치 않을 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델이 되어왔던 그들에 대한 실망이 상당히 크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은 “조센징”이라 불리면 대단히 분노하였었다. “조센징” 이라는 말은 단지 “조선인”이라는 한자표기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뿐인데 한국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나쁜 말이 된 것처럼, 피부가 까맣기 때문에 “깜둥이”라 부른다는 설명은 어설프기 짝이 없고 또한 인종차별이 내포된 언어여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Negro (니그로)”는 스페인어로 black (까만색) 이라는 말인데 1960년대까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포함하여 모두들 흑인을 니그로라 불렀으나 동시대의 흑인 지도자 Malcolm X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역사가 기억되는 “니그로” 대신 “black (흑인), Afro-American 혹은 African-American”이라 부르자 하여black이라는 단어가 그 후 부터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요즈음에 눈에 띄게 빈번한 타인종간의 결혼이 지속되고 이민자들이 계속 늘어 난다면2050년대에는 어느 한 인종이나 민족이 다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때 까지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인종관계의 단어에 신경을 써서 혹시라도 뜻하지 않게 이웃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여 서로 차별하지 않고 차별을 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며 우리 모두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 삶에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정책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