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묘약

2017-02-1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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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4일은 밸런타인스데이다. 밸런타인스데이의 시초는 3세기 경 로마시대다.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고티쿠스 황제 때 순교한 밸런티누스 사제의 기원설이다. 당시 로마군인은 미혼으로 구성됐다. 복무를 마쳐야 결혼하여 정착하는 것이 상례였다. 하지만 밸런티누스는 서로 사랑하는 군인들의 혼인을 집례 했다.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 시켜주다 순교했다. 그날이 2월14일이었다. 사제의 이름을 딴 밸런타인스데이가 생겼다. 사제의 순교 기념일이 사랑의 상징이 된 셈이다.

19세기 들어 초콜릿이 서구에서 대중화되면서 ‘초콜릿 밸런타인스데이’가 등장했다.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초콜릿 판촉용으로 밸런타인스데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날에 초콜릿을 이용한 여성들의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연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제과업체의 상술과 젊은이들의 호응과 편승이 만들어낸 풍속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밸런타인스데이의 상징은 ‘초콜릿’이다. 매년 이날엔 초콜릿이 넘쳐난다. 고가상품의 등장으로 상업적인 마케팅이란 비난이 많다. 하지만 달콤한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초콜릿 그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각종 미네랄까지 풍부한 식품이다. 카카오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암, 당뇨 등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작용을 한다. 폴리페놀의 양도 같은 무게의 녹차, 브로콜리, 레드와인에 들어있는 것보다 더 많다.

폴리페놀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산화를 받아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것도 방해한다. 피를 묽게 하며 노인성 치매나 뇌졸중 및 혈관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초콜릿의 당분은 즉각 혈당치를 정상화하여 피로회복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감기 예방, 알레르기 억제 효과,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침체된 기분을 좋게 해준다. 애주가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초콜릿이다. 초콜릿에 함유된 흑당, 타우린, 카테킨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음주 전후에 초콜릿을 섭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초콜릿의 항산화력 역시 사과나 레드와인보다 높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혈관 보호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다크 초콜릿이 혈관에 쌓인 활성산소를 제기해 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무언가에 열중할 때 뇌에서 생성하는 ‘페닐에틸아민’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중추신경 자극물질의 일종이다. 상대에 대한 끌림과 흥분 등의 감정을 유발시킨다. 뇌 속의 ‘행복중추’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맨틱한 기분을 고조시킨다.
성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고대 멕시코의 아즈텍인들은 초콜릿을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미약으로 사용했다.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초콜릿을 애용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람이 사랑할 때 분비되는 물질과 성분이 동일해 초콜릿이 사랑의 묘약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비만, 불안장애, 편두통, 역류성 식도염 등이 있는 사람들은 초콜릿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적당히 복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약도 독이 될 수 있듯이 독도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는 건강 기호품이다. 밸런타인스데이가 되면 많은 젊은 남녀들이 이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어찌 보면 초콜릿 선물은 젊은이들만의 사랑고백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정작 사랑과 건강이 필요한 중년 이후의 부부들은 ‘나몰라’하기 일쑤다.

초콜릿은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의 협심증 사망률을 줄이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초콜릿은 사랑의 묘약이다. 중년이후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묘약이기도 하다. 초콜릿 선물은 중년부부들에게도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인 셈이다. 올해부터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밸런타인스데이뿐 아니라 평소에도 초콜릿을 자주 선물해야 하는 이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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