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버 가치관과 책임

2017-02-11 (토) 원유봉/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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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우리는 가족, 학교, 또는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산다. 얼마 전에 있었던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 라는 취임사에 오랜 침체에서 허덕이던 경기가 회복하길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나. 또 한편으로 한국 대통령 하야 시시비비에 열을 내는 나는 미국사회에서 또 미국 안에 한국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서로 어울려 산다. 불안하면서도 새 대통령에 기대하고 싶은 이유나 한국 대통령 하야 시비에 열을 내는 이유 모두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바른 사회, 좋은 사회는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바람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성원들은 규범을 지키고 주어진 책임을 이행하려고 노력한다. ‘책임지는 시민’은 좋은 사회의 필요조건이며, 이 조건은 사이버 세상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지는 사이버 시민은 좋은 사이버 세상을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인 테이(Tay)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이 한창인 2016년 3월에 태어났다. 테이는 트위터를 통해서 (TayTweets @TayandYou) 18-24살의 젊은이들과 평범하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제작된 챗봇(chatbot)이다. 그런데 들은 대화를 아무 의심 없이 앵무새처럼 전달한 테이는 태어난 지 24시간도 안 되어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악명을 얻고 생애를 마쳤다. 트위터에 올린 부적절한 테이의 발언들 ‘9/11은 부시가 저질렀다.’, ‘홀로코스트는 조작이다.’, 또 여성주의자를 비방하는 발언들은 테이가 저지른 잘못된 온라인 행동이다.


지켜야 하는 규범과 책임을 무시하고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온라인 행동은 좋은 사이버 세상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인터넷을 통해 들은 정보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책임 없이, 재미로 퍼트리는 악성 루머와 악플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명예가 손상되고,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좋은 사이버 시민은 자신의 온라인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사이버 세상에서 ‘나’의 책임은?

온라인에서의 ‘나’는 ‘나’의 정보이다. 아이디, 비밀번호, 생일, 주소, 이메일 주소, 셀 전화번호, 사진, 좋아하는 것들, 등등. ‘나’의 정보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개인정보들을 온라인으로 공유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해야 하고, 비밀번호 같은 보안 정보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말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할 책임이 있다. 본인의 허락 없이 그들의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친구의 사진을 허락 없이 페이스북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사이버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공격들이 많다. 때로는 그 공격들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되기도 하고, 잘못 클릭해서 성인 사이트에 들어가기도 하고, 바이러스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영화나 음악을 허락 없이 다운로드해서 저작권을 침해하기도 하고, 생각없이 리플을 올려서 자신도 모르게 사이버 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공격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할 때는 클릭하기 전에 검증된 사이트인가, 부적절한 사이트는 아닌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들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전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며, 출처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행동은 사이버 시민으로서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나’의 책임을 알고 책임지는 온라인 행동은 좋은 사이버 세상을 만드는 사이버 시민의 덕목이다.

<원유봉/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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