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밌어야 성공한다

2017-02-06 (월) 0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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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테슬라·전기차·도미노피자 재미에 감성 더해 ‘극성팬’만들어 기술발전으로 제품 기능·성능 비슷

▶ 수많은 경쟁자 사이서 돋보이려면 툴리즘 벗고 토이리즘 갈아입어야

재밌어야 성공한다

토이리즘, 천위안 지음, 영인미디어 펴냄

한때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딱 10년 전인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는 자사의 휴대폰이 통신에 최적화됐다고 굳게 믿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었다. 테슬라의 전기차의 경우 전기충전소도 부족하고 안전문제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수많은 회사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테슬라는 그에 더해 또 다른 ‘무엇’ 을 제공했다.

중국경제학자 천위안(陳禹安)은 신간 ‘토이리즘’(원제 玩具思維)에서 애플 아이폰과 테슬라 전기차의 성공비결로 ‘토이리즘’(toylism)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말로는 ‘장난감주의’가 될 듯하다. 애플에게 휴대폰은 더 이상 통신기기만은 아니었듯, 테슬라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에 머무르지 않았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여러 기능을 터치패드를 통해 작동하도록 했고, 소비자들은 이를 ‘신기한 장난감’으로 인식했다. 자발적인 흥미로 이끌린 소비자들이 재미와 감성적인 만족을 얻고 열성 팬이 돼 이를 전파하고 또 다른 신제품을 기대했다. 매장에서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애플 마니아들과 실물 테슬라 자동차를 받기 위해 수 년을 기다리는 구매자들은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측면을 이들에게서 찾았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기능이 뛰어나고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좋은 성능)를 갖춘 제품들이 주목받았다. 저자는 이것을 ‘툴리즘’(toolism)으로 부른다. 이른바 ‘도구주의’다. 하지만 시중의 제품은 도구적으로는 이미 최대한의 수준에 올라섰다. 시중의 스마트폰과 전기차는 이미 비슷비슷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과거 부족했던 제품들이 충분히 공급되고 포화상태를 이르게됐다. 새로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계가 필요하다. 툴리즘으로는 어떤 특별한 만족을 소비자에게 주기는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재밌어야 성공한다”는 저자는 이제 ‘토이리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제품의 기능은 기본이다. 여기에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재미와 멋, 새로움, 트렌드까지 고차원적인 정신적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 애플 아이폰과 테슬라 전기차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툴리즘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애플 외에도 드론 배달로 단숨에 인기를 얻은 도미노피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의 사이버 아이돌 하츠네미쿠 등 토이리즘 제품들이 어떻게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며 성공을 거뒀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툴리즘과 토이리즘의 관점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을 비교한다. 아이폰과 이를 발전시킨 아이패드라는 토이리즘에 힘입어 성공했지만 애플은 기존의 제품에 일시 안주한다. 애플도 정체된 것이다. 삼성이 2011년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갤럭시노트를 내놓은 것은 애플에 큰 타격이었다. 소형 스크린을 고집하던 애플은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아이폰6로 다시 한번 변신했다. 반면 삼성은 상황을 바꿔보려 옥타코어, 1,000만 화소, 5.7인치 QHD 슈퍼 아몰레드 스크린 등을 강조한 광고를 쏟아부었지만 영광 재현은 쉽지 않았다. 기능을 강조한 전형적인 툴리즘 판촉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삼성은 한 때 애플을 습격해 물리치기까지 했지만 토이리즘의 참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 “그들이 각종 기술변수나 판매가를 따져가며 툴리즘 경쟁에 나선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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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피자, 드론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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