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도뿐 아니라 ‘목사도 고령화’되고 있다

2017-02-01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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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1만4,000명 목회자 조사-평균 연령 54세로 25년 전보다 열살 높아

▶ 직장생활 경험 후 목회자 길 증가도 영향

성도뿐 아니라 ‘목사도 고령화’되고 있다

교인 뿐 아니라 목사의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한 신학교 졸업식.

교회의 담임목사 평균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5년 전만 해도 평균 44세이던 게 지금은 54세가 됐다. 목사만 나이가 드는 게 아니다. 바나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교회 성도 가운데 40세 미만은 7명 중의 1명에 불과할 정도다. 이민교회도 매우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웬만한 교회에서는 젊은 성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당연히 유아나 어린이도 드문 형편이다. 경륜을 갖춘 완숙한 연령층과 다음 세대의 신앙을 이어갈 청장년층 교인이 함께 교회 안에서 어우러져야 바람직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CT)는 지난 26일 교회 구성원의 노화 현상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통계조사를 실시한 바나그룹의 데이빗 킨너맨 대표는 “목회자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이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새로운 상황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페퍼다인대학교와 공동으로 전국의 1만4,000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에 따르면 목사가 한 교회에서 시무하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지난 1992년에는 평균 4년이던 게 지난해에는 10년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시무 기간은 평균 21년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60대는 물론 70대와 80대가 되도록 목회 현장에서 설교하는 목사가 증가하고 있다. 라이프웨이 리소스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은퇴 시기가 훨씬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은퇴할 때는 교회가 후임 목사를 구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목회의 길로 접어든 목사가 증가하는 것도 목회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조사에 따르면 복음주의 목사와 흑인 목사의 경우 특히 이런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나 공직자, 교사, 재활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교인들이 목사가 되고 있다.

이전에는 젊은 시절에 신학교에 입학해 목회의 길을 가게 된 케이스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사회생활 경험을 거치고 목회자가 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이번 조사 보고서는 밝혔다. 교인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사회가 급변하는 세태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경험을 갖춘 목사가 적절하다는 평가도 많다. 성도와의 소통과 이해 증진에 원활하며 교회 밖 상황을 신앙에 적용하는데도 한층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목사의 평균 연령이 늘어나면서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목회자의 수도 25년 전의 절반 수준인 35%로 떨어졌다. 이처럼 자녀를 다 키운 목사가 증가하면서 이들은 교회와 가정생활 사이에서 더 많은 융통성을 갖는 장점도 누리고 있다. 이전 조사에서는 목회자의 42%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지만 최근에는 60%가 ‘자녀와 관계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목회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50대 이상 목회자 사이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직업으로서 목회자 만족도’가 50대 미만 목사들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 경력과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신감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목사의 3분의2가 세월이 지날수록 목사로서 역할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답변했다.

50대 이상 목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며 역량을 집중하는 사역은 무엇일까. 3분의2에 해당하는 목사가 설교와 교육을 ‘가장 선호하는 사역’으로 꼽았으며 회의나 행사를 선호한다는 목사는 2%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10%는 ‘리더 육성’을 가장 보람있는 사역이라고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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