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무 흔한 총기가 비극 부른다

2017-01-13 (금) 09:21:22
크게 작게
새해 벽두에 남가주의 조용한 교외지역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60대의 한인 여성이 지난 10일 브레아의 주택가에서 40대의 여조카를 총격 살해했다. 총을 쏜 배은수(64)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조카인 제니퍼 이(40)씨는 UC 어바인 메디컬 센터로 이송된 후 사망했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총격사건이 새로울 것은 없다. 미 전국에서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는 2013년 기준 3억5,700만 정. 미국 인구보다 많다.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매일 27명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숫자와 비슷하다. 그만큼 흔한 것이 미국에서 총기이고 총격사건이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사건은 보통사람들의 삶에 총기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슴 섬뜩하다.

사건은 갱들이 판치는 우범지역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웬만해서는 큰 소리 한번 나지 않는 중산층 주택가에서 수차례 연속 총탄이 발사되었다. 용의자는 60대 중반의 나이, 아시안 그리고 여성. 인종, 성별, 나이로 볼 때 총기소지와는 가장 거리가 먼 그룹에 속한다.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총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숨진 이씨의 부모 집에서 가족들 모임이 있었고, 모임에 참석하러 온 이씨와 배씨가 언쟁을 벌이다 총이 발사되고, 놀란 가족들이 달려 나와 배씨를 제압했다는 사실만 전해졌다. 배씨가 가족모임에 총을 챙겨들고 왔다는 사실로 볼 때 조카에 대한 증오 혹은 분노가 극에 달했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격한 감정을 누르고 조금만 이성적으로 대처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가족 간 불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가정에나 있다. 불화를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에 따라 화목한 가족이 되기도 하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첫째는 분노조절이다. 분노로 눈먼 감정에 자신을 맡기다보면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 수가 있다. 심호흡을 하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는 절대로 총기를 갖지 말 것. 총격 사건은 총이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총이 없으면 폭력의 정도는 제한된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가장 피해야 할 조합은 분노와 총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어떤 경우든 가족이라는 인연이 죽고 죽이는 악연으로 이어지는 비극만은 막아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