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질서’ 위에 세워가는 희망의 한해

2017-01-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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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사설

격랑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한해의 앞에 섰다. 2016년은 말 그대로 혼란과 혼돈의 시간이었다. 세계는 전쟁의 포화와 고립주의의 확산 속에서 크게 어지러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지구촌을 엄습하고 국가들 간의 관계 또한 평화와 화해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런 혼돈을 더욱 부추긴 것은 미국 대선이었다. 유례없이 혼탁한 선거전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래는 한층 더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위대한 국가의 민주주의 전통과 시스템의 저력, 그리고 미국 국민들의 지혜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미국호’가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하도록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다.

새로운 삶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마음은 항상 모국을 향해 있는 한인들에게 정말 우려스럽고 걱정되는 일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다. 대통령의 헌정유린을 놓고 계속된 정치적 갈등으로 한국사회는 미증유의 대혼란에 빠져있다. 국민들은 계속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은 탄핵됐다. 조속히 상황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더욱 큰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우기 힘들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는 항상 이런 고통을 통해 탄생했다. 지금의 혼란과 혼돈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는 극심한 산통이라고, 수많은 한인들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속히 한국이 안정을 찾길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2017년 정유년은 분명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올 한해의 화두는 ‘새로운 질서’라 해도 무방하다. 새로운 질서는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미지의 세계 앞에서는 언제나 두려움과 설렘을 같이 느끼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어떤 방향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은 세계 질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인들로서는 특히 한미동맹과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무쪼록 한반도에 긴장의 먹구름이 걷히고 평화적 분위기가 정착되는 2017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 탄생은 한층 더 확실하고 불가피하다. 탄핵심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유동적이긴 해도 올 대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한국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만약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재외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어떤 경우든 미주 한인들은 모국이 만들어 갈 새로운 질서의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질서가 정치의 문제로만 국한될 수는 없다. 우리 개개인의 삶에도 새로운 질서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습관과 태도를 바꾸는 것일 수도 있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갖고 있던 가치관을 바꾸고 새로움을 더할 것은 없는지 돌아보고 다짐하는 데 한 해의 시작만큼 좋은 때는 없다.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성현들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즉 날마다 새로워져 매일매일 발전된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라고 당부했다. 하루하루 새로워지다 보면 한 해 한 해 또한 자연스럽게 새로워진다.

새로운 질서가 지향해야 할 것은 결국 적절한 균형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 사회적으로는 평등과 정의 같은 민주적 가치들이 폭넓게 구현되는 것이고 개인들의 삶에서는 일과 여가, 직장과 가족 등 길항관계의 가치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아 가는 것이다.

아무쪼록 모든 한인들이 새로운 삶의 질서에 대한 고민을 통해 성공과 의미의 균형을 잘 잡아가는 한해의 여정을 떠나게 되기 바란다. 새해 첫 아침은 이런 희망과 다짐을 리셋하며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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