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와 스님

2016-12-31 (토) 이상조 선교회 대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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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오래 된 일이다. 어느 날 뉴욕 문학계에 원로 격인 어느 목사님이 업스테이트 어디를 가자고 오셨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얼마 전 종교지도자들 대표로 만났었던 중인데 그 분에게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이라면 스님입니까” 그러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운전사 자격으로 찾아간 곳은 타판지 브리지를 가까이 둔 동네인데 지역은 기억할 수 없고 단 층짜리 가난한 아파트에 어느 한 집에 도착을 했더니 그곳에는 약6,7명이 이미 와 있었다. 파티는 고사하고 베이글과 음료수가 전체 음식이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동양인은 같이 간 목사님과 나 그리고 어느 늙은 남자와 머리는 눈을 뿌린 것처럼 예쁘게 늙으신 여인 그리고 미국인들 서너 명이 전체였다.

스님을 만난다고 했는데 스님을 찾아 볼 수 없고 모인 사람들은 통일교인들이었고 잘 생긴 백인 남자가 목사라는 것이다. 예배를 드린다고 또 기도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전혀 기분이 나지 않았지만 예쁘게 늙은 여인이 피아노를 치는데 얼마나 잘 치는지 미모와 피아노 실력에 오히려 관심이 있었다.


그 아파트 옆에는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이 당시에 문선명씨가 살고 있는 통일교 본부라는 것이다. 동행한 목사님께 스님은 안 오셨느냐고 했더니 그 늙은 노인을 불러 소개시켜주면서 이분이 당시 모스크바에서 포교하시는 유명한 스님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유명하다고 하는 스님은 성철스님 정도만 들어서 아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스님이라도 관심이 없었고 피아노를 치던 동양계 늙은 미인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그분에 대해 물었더니 그분은 일본인이고 문선명씨가 가까이 두고 있는 통일교의 반주자이며 그 늙은 스님과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라는 것이었다. 스님이 여자와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문 선생님이 그렇게 살게 했다는 것이었다.

돌아오면서 그 스님과 악수 했던 손은 여러 번 씻어낼 정도로 마치 우리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같이 누구에게 말도 못하는 때도 있었다.

지난달 10월18일에 역삼동에 있는 서울 케이호텔에서 48개국에서 참가한 국제 미인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초대된 사람 중에 승복을 입은 수염을 기르신 스님이 앉아 계셔서 일부러 찾아가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세계 미인들 속에서 스님과 악수를 하며 사진도 찍었다. 그 스님은 여러 종파를 다 부정하고 자신이 종파를 새롭게 만들어 개척했다는 것이다. 기독교로 말하면 독립교단을 창설한 대표가 되는 것이다. 반갑게 껄껄거리며 웃으며 농담도 비슷하게 하며 잠시 친하게 지냈다.

내가 신앙이 무르익은 것일까? 연락하자고 명함은 받았지만 조금도 연락하고 싶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는 종교적인 골이 깊게 패여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약속한 목사님을 만나러 플러싱 노던 블러버드 145가 정도에 던킨 도넛 가게가 있어 그곳에 갔는데 그곳에는 목사님들 사랑방처럼 많은 목사님들이 모여 도넛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들은 머리에 두건을 높이 쓰고 있는 시크교도들이 커피를 팔고 있었다. 만약에 그들이 승복을 입고 있는 스님들이라면 어떨까? 목사님들이 여전히 그곳을 이용할까 생각하니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목사님들! 마음을 여시죠? 모든 사람들이 다 하나님이 관심을 갖는 구원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스님에게 악수를 청하고 “할렐루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를 나누면 어떨까?

<이상조 선교회 대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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