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소리

2016-12-31 (토) 전미리 아나운서/ 섬머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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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맞이하고 축복의 새해를 기원하는 길목에서 짤랑거리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6.25전쟁으로 부산에 피난가 살던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강냉이 죽을 얻어먹으러 교회앞에 줄지어 서서 기다리던 때에 들려오던 종소리와 구제품드레스를 나아게 건네주며 교회로 인도한 교회의 종치는 젊은 아저씨. 내가 입고 있던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를 벗어버리고 구제품 드레스를 입었을 때 아저씨는 나를 보고 미국의 부자집딸 같구나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내평생 고맙게 떠오르는 그 좋은 아저씨가 보고싶어지며 어린 날들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나에게는 성탄절이 되면 생가간는 추억들이었다.

부산 5.6군병원때의 상이군인 장병들을 위문하러 가서 노래와 춤 위문편지 등으로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던 일과 장작태우는 난로가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새벽을 기다렸다가 집집마다 찾아가서 크리스마쓰 캐롤을 불러주던 시간들을 나는 내 인생에 한몫을 한 것처럼 가슴 뿌듯해하며 자랑스럽게 회상한다.


우연하게도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할 때마다 교회 옆집에 가서 살게 되엇다. 그래서 교회의 종소리도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항상 들으며 살았다. 그 종소리는 나에게 희망과 꿈을 키워가는 선한 영혼의 소리로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에게 고운 이상을 갖게하였다.

사람들은 세상에 소리내는 그림은 없다고하지만 나에게는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 하나있다. 그것은 밀레가 그린 ‘만종’이다. 새 우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것같은 고요한 전원에서 오로지 들리는 것은 농부의 기도소리와 교회당의 종소리뿐인 것같은 그림 ‘만종’에서 나는 들판에 가득히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를 드는다. 그리고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화가 밀레는 하나님의 은혜가 신비롭게 담긴 그림을 남겼는데 나는 지나간 나의 인생동안 무엇을했나 자문해 보면서 삶의 가치를 저울질 해본다. 인생을 위해 울리는 종은 세번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라고 한다. 이제 나를 위해 울릴 종소리는 한번 남았는데 나의 마지막 날 울릴 종은 어떤 소리를 담고 울릴 것인가 두렵기까지 하디. 남은 여생 계속 문화활동을 하는 일과 성가대를 하고 양로원을 방문해 노래로 병약자를 노인을 기쁘게 하는 일, 글 쓰는 일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본다.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며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나를 위한 마지막 종소리는 아름답게 울려 퍼지지 않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희망을 가져보자. 새해와 힘께 울려오는 보신각(한국 서울)의 종소리도 한국의 영원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크게, 멀게, 세계로 울러퍼지기를 소원해 본다.

<전미리 아나운서/ 섬머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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