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대 최윤경 박사팀 “신경줄기세포 증식·분화 촉진”
연탄의 연소가스나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유해한 기체다.
사람 폐로 들어가면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할 경우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적은 양의 일산화탄소를 투여하면 고혈압과 패혈증, 폐 질환 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극소량의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뇌 질환 치료법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강원대 최윤경 박사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일산화탄소의 외상성 뇌 손상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24일 밝혔다.
외상성 뇌 손상(TBI)은 머리에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동시 다발적인 신경세포의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서 뇌 기능이 감소하거나 소실되는 상태이다. 운동선수나 건축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질환이지만, 현재까지 완전한 치료법은 없다.
활성산소를 제거해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쓰이고 있지만, 뇌 기능의 완전한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뇌 손상이 진행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신경세포가 감소하며, 혈관 주위의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연구팀이 적은 양(실험동물의 체중 1kg당 이산화탄소 분비물질 4mg 투여)의 일산화탄소를 뇌 손상 모델 쥐에 투여한 결과 일산화탄소가 혈관 주위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염수만 투여한 쥐는 혈관 주위 세포가 사멸했다.
특히 일산화탄소를 투여한 뇌 손상 쥐는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이 개선됐지만, 활성산소 억제제를 투여한 뇌 손상 모델 쥐는 그렇지 못했다.
또 일산화탄소를 처리한 쥐의 뇌에서 신경줄기세포가 증식하고 분화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일산화탄소가 신경줄기세포에서 산화질소 생성 효소를 활성화해 이런 현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경 박사는 "혈관 주위 세포의 사멸과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는 뇌 질환에서 일산화탄소의 기능을 연구한다면 새로운 뇌 손상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지난달 25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