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일 관세합의 후 시선은 일본은행에…엔캐리 청산 가능성 경계

2025-07-26 (토) 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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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 “작년과 달리 이미 엔화 강세 베팅 중…청산 이슈 있어도 충격 작을 것”

미국과 일본이 상호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이후 채권 시장의 시선은 일본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블랙 먼데이' 당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바 있어 금융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27일(한국시간) 금융투자업계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3일 미국과 상호 관세율을 15%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예고했던 25%에서 1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이번 합의로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채권 시장은 오는 30∼31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금정위)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그간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일본 경제에 대한 하방 리스크 확대로 잇달아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테이퍼링(국채 매입 감액)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등 '금리 정상화' 행보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재개에 나서기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있었던 1년 전과 비슷한 여건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7월에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향후 기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같은 달 31일 일본은행이 금리를 '깜짝' 인상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까지 확대하자 양국 간 금리 격차를 활용해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자금들이 대거 청산(엔화 매수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는 국내 채권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지난해 8월 5일 '블랙 먼데이' 당시 국고채 금리는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급락했다.

특히 3년물의 경우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13.3bp(1bp=0.01%포인트) 뚝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가는 일본은행이 이번 금정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면서도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기자 회견에서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스탠스를 비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9월에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부에서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다 그간 연준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했던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최근 잇단 협상 합의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에 이어 여타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이 추가로 타결된다면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관세 불확실성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제롬 파월 의장 등 미 연준 입장에서 관세 리스크가 상당히 해소된다면 더 이상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일 현재 일본과 미국의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279bp로, 지난해 8월 블랙 먼데이 직전의 284bp 수준에 근접했다.

증권가는 일단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번에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작년과 달리 선물 시장은 이미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작년 수준의 환율 충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조건에 들어맞지 않더라도 하반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 강세 방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만일 금정위에서 낮아진 상호 관세율, 기대 인플레이션 및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움직임, 소비 중심으로 지속되는 양호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을 통한 금융 완화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연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면 올해 하반기에도 미일 금리차 축소, 달러엔 환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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