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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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험담.노출사진..도 넘는‘사이버 왕따’

2016-10-20 (목)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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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고유 메신저 앱 늘며 더욱 심해져

10대들 우울증.대인기피증 시달려
부모들 세심한 관심.전문가 도움을

# 플러싱에 거주하는 중학생 김모군은 두 세달씩 학교를 가지 않아 부모의 권유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에서 아너스반에 들어갈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김군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진 후 채팅창에서 "재수없다. 이기적이다"로 시작해 부모에 대한 욕까지 심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 이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받은 김군은 온라인 게임을 끊은 것은 물론 친구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아프다는 핑계로 몇 달씩 학교를 빠졌다. 성적이 떨어진 것은 물론 우울증세까지 보여 김군은 청소년 센터에서 지속적인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 뉴저지의 고등학생 박모양은 익명으로 메시지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 '익약'(YikYak)에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고 성적인 농담이 담긴 댓글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라는 짐작은 갔지만 사용자의 프로필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험담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박양은 "도대체 누가 왜 나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이처럼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상대방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이른바 '사이버 왕따'(Cyberbullying)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인 중•고등학생들 역시 사이버 왕따의 피해자가 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이버 왕따는 소셜미디어 사이트나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집단으로 악성 댓글을 달거나 욕, 험담을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내용이 퍼지기 때문에 학교내에서 주위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 그 파급효과나 피해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기존 SNS 사이트가 아닌 '위스퍼'(Whisper), '익약'(YikYak), '시크릿'(Secret), '백cot'(BackChat) 등 익명으로 메시지 공유가 가능한 메신저 앱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특정 학생에 대한 괴롭힘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앱은 위치 기반 서비스로 반경 몇 마일일 이내에 있는 사람들만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으로 학교 내 일종의 익명 게시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앱 다운로드 순위 10위안에 꾸준히 들며 고등학생 뿐 아니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포트리 고등학교의 크리스틴 김 상담교사는 "이러한 앱들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험담의 수준이나 정도가 기존 SNS보다 훨씬 심하다"며 "어떤 경우에는 사적으로 교화된 노출 사진을 이름과 함께 맘대로 올리는 등 사이버 왕따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SNS에 대해 부모들이 잘 인식하고 있지 않아 실태 파악이 어려운 데다 괴롭힘을 당하는 청소년들은 수치심이나 보복이 두려워 숨기고 있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소년 상담을 맡고 있는 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플러싱 지부 소장은 "사이버 왕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수가 적어지거나 학교 가기를 꺼리고 우울한 날이 많아진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문제가 있는지 파악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자녀에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괴롭힘을 가하는 학생들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학교 상담교사나 전문 상담가를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정신과협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4명 중 1명이 사이버 왕따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1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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