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물 부족과 높은 임대료… 서러운 세입자

2016-08-0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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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임대 시장

▶ 세입자의 꿈 ‘내 집 마련’불가능 30~49세 중년층 부담이 더 높아

주택 임대난이 심각해도 이처럼 심각했던 적이 없다. 임대 ‘대란’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임대 매물 부족으로 임대 주택을 찾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찾은 임대 주택의 높은 임대료에 또 한번 놀라야 하는 것이 최근 세입자들의 서러운 실정이다. 치솟는 주택 가격으로 인해 임대 수요가 급등하면서 주택 임대료는 현재 수년간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소득과 비교할 때 주택 임대료가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오르고 있다. 생활비 중 임대료 비중이 높아지면서 의식주중 ‘의식’을 포기해야하는 세입자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CNN 머니가 주택 임대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세입자 1,100만 소득 절반이 임대료
하버드 대학 공공주택연구센터가 발표한 전국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소득의 절반을 주택 임대료로 납부하고 있는 세입자수는 약 1,1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료가 월급의 약 30% 이상을차지하는 세입자 숫자 역시 약 2,130만명으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그 사이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오른반면 소득 증가폭은 크지 않아 현재 통계치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도 볼수 있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거비용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가계부 관리의 철칙이다.

그러나 최근 임대료 상승세는 이 같은 조언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어 임대난에 이어 가계 재정난까지 우려된다.

■‘허리띠 졸라맨다’는 고통스런 결단
월급에서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른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댄 맥큐 하버드 공동주택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임대료 비중이 높아지면 세입자들은 고통스런 결정을 할 수밖에없다”고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입자들의 실정을 설명했다.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당장 불편하지만 식료품 구입비와 의복비 등을 줄여가면서 생활은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생활비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장기 재정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힘들어진다는것이 심각한 문제다.

모든 세입자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내집 마련’이 높은 임대료로 인해 지연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지기 쉽다.

주택 구입에 반드시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는데 높은 임대료가 최대 장벽이다. 이밖에도 비상자금 마련이나 은퇴 자금 마련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희생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대도시 중산층 세입자 큰 피해
높은 임대료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대도시 중산층 세입자들이다. 임대료 시세가 높은 10대 도시의 중산층세입자들은 소득의 30%라는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 도시에서 연소득 약 3만~4만4,999달러의 세입자 중 무려 약 75%가 월급의 30% 이상을 임대료가 차지하고 있다. 고소득층인 연소득 약 4만 5,000~7만 5,000달러 세입자층의 절반 역시 월급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고 있다.

■ 중년층 세입자 부담 가장 높다
소득 대비 높은 임대료 비율 현상은 젊은층 세입자들에게만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세입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중 중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중년층역시 높은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하버드 대학 공동주택연구센터측은 보고 있다.

맥큐 연구원은 “연령, 소득 수준과상관없이 소득 대비 높은 임대료 비율 현상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센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세입자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해 전체 세입자수가 약 1억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가구 수의 약 36%가 임대 주택 거주자로 모두 높은 임대료 부담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이중 30~49세 사이의 중년층 세입자 비율은 약40%로 밀레니엄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층보다 오히려 임대료 부담이 클것으로 볼 수 있다.

■ 고소득자 위주의 임대 시장
세입자 소득 수준은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신규세입자 중 절반 정도는 연소득 약 2만5,0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인 반면 지난 3년간 고소득층 세입자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증가세인 고소득층세입자 수요를 겨냥, 고급 임대 주택위주로 임대 주택 시장이 바뀌면서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임대난만 가중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아파트의 중간 임대료는 월 약 1,381달러로 조사됐는데 이 같은 수준의 임대료를내려면 연소득이 약 5만 5,000달러를 넘어야 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세입자들의 평균 연소득은 약 3만 4,000달러로 이소득 기준으로 볼 때 월 임대료는 약 850달러가 적정하다.

■주택 구입여건 개선에 배 아픈 세입자
고임대료에 이미 등골이 휠대로 휜세입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주택 구입 여건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악화일로에 있던 주택 구입여건이 최근 수년동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버드 대학 주택공동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주택 소유주 수가 2014년기준 4년 연속 하락세로 나타났다.

주거비용 부담이 감소하는 것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낮은 모기지 이자율의 혜택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해서라도 내 집을 장만한 세입자는낮은 이자율 등으로 인한 주택 구입여건 개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임대료 탓에 주택구입을 포기한 세입자들은 임대료 고공행진으로 이래저래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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