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어의 헐값 오퍼 제출 어떻게 해야 할까

2016-08-0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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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러의 전략, 다른 조건을 셀러 측에 유리하게 진행

▶ 가격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략 필요

주택시장에서 셀러의 입김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품론이 제기될 정도로 열기가 여전하지만 전반적인 주택시장 상황은 냉각중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택 시장의 주도권이 셀러로부터 바이어로 넘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헐값 오퍼’(lowball offer)이다. 셀러가 다급해졌을 것으로 판단한 바이어가 일단 낮은 가격을 제시해서 셀러측 반응을 떠보는 전략이다. 오퍼에 제시된 가격이 낮아도 매우 낮기 때문에 헐값 오퍼라는 별칭이 붙었다. 헐값 오퍼를 받은 셀러 대부분은 ‘이게 뭐야 장난도 아니고’라는 반응부터 나타낸다. 그러나 헐값 오퍼도 오퍼인만큼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가 주택 판매 성공의 관건이다. 헐값 오퍼를 받았을 때 셀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알아본다.

■ 왜 헐값일까? 바이어 의도부터 파악
헐값 오퍼를 받게 되면 감정이 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상한 감정 때문에 제출된 헐값 오퍼를 발로 차버리면 굴러들어 온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셀러가 헐값 오퍼에 감정이 상하는 이유는 바이어가 셀러를 ‘무시’해 다급한 상황을 이용하려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어가 헐값 오퍼를 제출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이어가 구입하려는 주택 시장 시세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 본의 아니게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출할 수 있다. 또 바이어가 전에 살던 지역에서는 헐값 오퍼가 주택 매매시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바이어가 헐값 오퍼를 제출한 의도를 파악한 뒤 헐값 오퍼라도 거래의 시작으로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 헐값이지만 ‘감사합니다’.

헐값 오퍼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셀러가 결국 승리하는 셀러다. 낮은 가격에 감정이 상했다고 상한 감정 그대로 바이어측에 반응하면 거래는 그 순간 끝나고 만다.

바이어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텐데 부정적인 톤으로 반응을 보이게 되면 해당 바이어와의 거래는 영원히 종료되는 것이다. 바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반응을 왜 자제해야 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나름대로 성의를 들여 준비한 오퍼인데 셀러가 무조건 감정적으로 나온다면 오퍼 가격을 나중에 올려 보려는 바이어의 기존 전략은 그 자리에 묻히고 만다.

헐값 오퍼에 셀러의 자존심이 무척 상했더라도 이렇게 반응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퍼 제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거래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셀러측의 카운터 오퍼 보내드립니다”라고.

■ 너무 깎을 필요 없다
상한 감정을 추스렸다면 이제 바이어측에게 전달할 카운터 오퍼를 작성해야 할 차례다.


헐값 오퍼에 대응할 카운터 오퍼를 작성할 때는 전략이 필요하다. 리스팅 가격을 적절히 정했다면 바이어측의 헐값 오퍼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 상황이 다급한 셀러들은 빨리 팔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너무 깎아서 카운터 오퍼를 보내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첫 번째 카운터 오퍼를 보낼 때 가격을 낮추돼 단계적으로 소폭씩 낮추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또 리스팅 가격대에 따라 인하폭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50만달러대 리스팅이라면 1만달러 미만의 인하폭 또는 100만달러대 리스팅의 경우 약 2만달러 정도를 낮춰서 카운터 오퍼를 제출해 본다.

카운터 오퍼를 보낼 때 빠트려서 안되는 것은 반드시 리스팅 가격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것. 주변 시세 자료를 함께 보내거나 리스팅만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리스팅 가격 산정 배경을 설명한다.

■ ‘장기전’ 돌입 준비
바이어가 처음부터 헐값 오퍼를 제출했다면 ‘장기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가격차를 좁히기 힘들 정도라면 바이어와 셀러가 카운터 오퍼를 여러 차례 주고받게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셀러측에게 유리한 가격 조건을 끌어 내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싸움이라 보면 된다.

이때 셀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인내심이다. 바이어측이 손들고 나가기 전에 셀러가 먼저 포기하면 그동한 수고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바이어와 카운터 오퍼를 주고 받으며 적절한 가격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구입 계약을 체결한다.

■ 기타 조건 흥정
‘가격 흥정’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른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전략이 있다. 가격은 양보하고 바이어측이 거래를 완료할 수 있도록 다른 조건을 셀러측에게 유리하게 진행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에스크로 기간을 단축해 불필요한 지연에 따른 위험을 제거해볼 수 있다. 바이어측이 제시한 디파짓 금액이 낮다면 인상을 요구해 바이어측이 거래를 조금 더 진지하게 진행하도록 유도한다.

■ 에이전트 통한 의사 전달
주택거래시 에이전트를 통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셀러와 바이어가 직접 상대하다 보면 감정이 충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에이전트를 중간에 세워 셀러와 바이어의 의견을 전달해 감정 충돌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거래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헐값 오퍼를 받았을 때도 리스팅 에이전트를 통해 바이어측에게 셀러측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주택 구입 수요가 매우 낮아 집이 잘 안 팔리는 시기라면 헐값 오퍼에 무조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주택 판매가 힘들어 진다.

카운터 오퍼를 제시하되 기존 리스팅 가격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조정해 바이어측 반응을 일단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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