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 ‘Overcome 1432’
물고기들에게는 강물이 참 멋진 존재이지
말을 하기도 전에 대지의 뜻을 알아채버리는 침묵,
그 침묵에게 큰 목소리는 참 멋진 존재지
담장 위에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는
새집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새들에게 참 멋진 존재고
눈물은 말이지, 아주 아주 순간적이지만 뺨에게 멋진 존재인거지
가슴에 담긴 좋은 생각은 가슴에게 참 멋진 존재고
부츠는 대지에게 멋진 존재야
예쁜 구두는 마루바닥에게만 멋진 존재지만
등이 굽은 사진사는 그가 지고 가는 것에게 멋진 존재야
사진 찍는 사람에게 멋진 존재가 아니라고
나는 다리를 끌며 길을 건너는 자와
미소 짓는 사람들에게 멋진 존재가 되고 싶어
식품점에 줄을 서 있는 손에 잔뜩 뭐가 묻은 아이들
웃음으로 대해주는 저 아이에게 멋진 존재가 되고 싶어
나는 도르래처럼, 혹은 단추구멍처럼 살고 싶어
그것이 특별해서가 아니야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고 하는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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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을 먹고 예쁜 옷을 입으며 남보다 풍족하게 살면 멋지게 사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니까 아마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시인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단순한 임무에 소신을 다하는 삶이 멋진 삶이라고 한다. 누구든 무엇이든 혼자 멋지게 살 수 없다는 것, 단순하고 실용적인,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상생의 철학이다. 타인은 나의 환경이다. 천적도 나의 긍정적 환경일 수 있다. 너와 나, 서로간의 충실하고 아름다운 긴장, 그것이 모두를 멋지게 한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