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흥남철수의 주역, 라루 선장 기념비 세워져야

2016-08-04 (목) 조진우 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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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으로서 1만4,000명의 민간인들을 구출했던 레너드 라루 대령.

라루 대령은 중공군의 대공세에 밀려 흥남으로 철수한 뒤 고립돼 있던 10만명 이상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배에 싣고 있던 무기 등을 모두 버리고 피난민 1만4,000여 명의 민간인들을 구출한 영웅이다.

흥남철수 작전은 한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자세히 묘사되면서 많은 이들의 머릿 속에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돼 있다.


라루 대령은 한국전 종전 이듬해인 1954년 은퇴한 뒤 뉴저지 뉴튼시에 있는 베네딕트회의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사로 변신해 2001년 사망하기 전까지 47년간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평소 검소하고 조용한 그의 성격 때문일까. 라루 대령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는 그가 사망한 지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찾아 볼 수 없다. 한국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흥남철수 작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지만 맥아더, 김배일, 알몬드, 현봉학, 포니, 박시창 등 6명의 영웅들의 얼굴만 새겨져 있을 뿐 라루 대령의 얼굴은 찾을 수 없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갑판장과 기관사였던 로버트 러니와 멀 스미스, 당시 13세의 피난 소년이었던 원동혁 흥남철수 작전 기념사업회 미국지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라루 선장의 업적이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러니씨는 “라루 선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그 많은 피난민들의 목숨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젊은 나이에 한국전쟁에 참전해 1만4,000명의 피난민의 생명을 살린 라루 대령의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동혁 지부장도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 같은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이 흘러 그의 업적이 잊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며 “많은 이들이 라루 대령의 사연에 공감해 기림비 건립 사업이 본격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난민 1만4,000여 명의 목숨을 구하고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려져 버릴 위기에 처한 영웅. 라루 대령을 위한 기념비가 하루 속히 세워지길 기대해본다.

<조진우 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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