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청소년 학생들
2016-07-30 (토) 12:00:00
문일룡 변호사
내가 회원으로 있는 애난데일 로타리 클럽은 매년 인근의 애난데일, 폴스처치, 그리고 웃슨 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몇 명을 선정해 대학 학비 보조 장학금을 수여해 오고 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장학금 수여자 선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 주위에 학비 문제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신청자가 제출한 에세이나 인터뷰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충분한 능력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 수 있는 길로 바로 나가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인터뷰 중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들을 대할 때 나의 고개도 숙여지고 손은 주머니의 손수건을 찾는다.
올해 장학금 수여자 중 어떤 학생의 의연한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한인 학생이었는데 성적이 아주 우수했다. 미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영어를 잘 했고 인터뷰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진솔함이 드러났다. 여러 4년제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 제법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대학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근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의아스러웠다.
그 학생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다른 대학으로 진학할 재정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합격한 대학들이 제공하는 장학금으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처한 체류 신분이 조금 더 나아질 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학생은 불체자는 아니었는데 다른 신분으로 변경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분 변경이 되면 자기가 진짜 원하는 대학에서 더욱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하겠다고 했다. 열여덟살 학생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어른스러움이었다. 그런 태도가 고마웠다.
사실 장학금 신청 심사과정 중에 불체자 학생들도 제법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 수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음을 느꼈다. 미국에 온 것이나 불법체류 신분을 가지게 된 것은 결코 그 학생들의 선택이나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체자 신분이 얼마나 그들의 장래를 가로 막고 일상생활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 중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내린 불체자 청소년 추방유예조치(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로 인해 잠정적으로나마 추방유예조치 대상인 학생들은 이번 11월 대통령 선거의 귀추를 놓고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것은 이러한 학생들 뿐 아니라 얼마 전 텍사스 주 정부의 소송으로 인해 시행이 중지된 DAPA(Deferred Action for Parents of Americans and Lawful Permanent Residents) 행정명령의 혜택을 받았던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행정명령들을 취소할 수 있고 이러한 행정명령들의 위헌성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될 연방대법원 판사 임명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에 누가 선출될 것인가는 이들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
장학금 신청 인터뷰 때 자신들의 힘든 처지를 설명하던 어린 학생들의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그들에게도 어느 보통 가정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기회가 만약 그들에게서 사라져 버린다면 그래도 나와 아무 상관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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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