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통일을 포기할 수 없다
2024-10-25 (금)
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
청명한 DMZ의 가을하늘을 수놓은 드론들의 춤사위는 모두를 감동과 통일에 대한 열망의 도가니로 집어넣기에 충분했다.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2024 통일실천대행진 행사장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500개의 드론으로 “홍익인간, 사랑, 만남, 평화, 통일, 그리고 코리안 드림”의 주제들을 형상화한 획기적인 연출은 다름아닌 남북이 근거리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임진각에서 펼쳐졌다. 아름다움과 감동을 넘어 경이 그 자체였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3만명이상이 운집한 코리안드림 통일대행진의 역사적인 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쁘고 보람 있었다. 자유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은 줄 깜짝 놀랐다. 특히 대한민국에 정착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북한 이탈주민들이 2천명 정도 참석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어느 누구보다 통일을 염원하고 하루라도 빨리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그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해주고 싶은 절절한 심정의 당사자들이 탈북민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생 통일운동가라고 자처했던 모 정치인의 통일을 하지 말자는 발언이 터져 나온 직후여서 그런지 뜨거운 통일에 대한 열망이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작년말 북한의 김정은이 통일을 포기하고 동족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한국의 소위 종북세력들이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까 다소 궁금했는데 그의 발언은 예상한대로 북한 김정은의 노선에 궤를 같이하고 있었고 불쌍한 북한주민들 보다 북한 정권의 심기만을 살피는 상당히 부적절한 언사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번 한국방문에서 지난 여름 북한 청년리더 총회 주최로 워싱턴을 방문하여 워싱턴과 뉴욕의 싱크탱크와 미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미국이라는 자유세계를 마음껏 경험하고 돌아간 유명 IT업계에서 일하는 젊은 탈북자와 재회할 기회가 있었다. 너무나도 반듯하고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과 미래의 꿈을 한국땅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는 멋진 젊은이였다. 앞으로 더 넓고 높은 꿈을 펼치기 위해 독일로 전근되어 곧 몇년간 한국을 떠나 있는다고 했다. 워싱턴 방문 시 환대 받은 고마움을 표현하기위해 정성껏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두 차례나 호텔로 찾아온 그는 감사를 아는 요즘에 보기 드문 청년이었다. 나는 이 탈북청년과 서울에서 재회하면서 이유모를 감동과 먹먹함이 밀려왔다.
북한에 남아있는 우리 북한동포, 특히 똑똑하고 능력있는 북한청년들이 이 탈북청년처럼 자유가 주어지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도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한의 동포들도 의식주를 넘어선 표현의 자유와 삶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모 정치인은 30년후의 후대세대에게 이 어려운 통일을 맡겨놓자고 한다. 이 말은 앞으로 3년도 아닌 30년을 더 북한 주민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강요하는 것이 되며 그들의 행복과 미래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망언 중에 최고의 망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북한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로 살자고 해도 우리만은 적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은가. 제발 더이상 가난과 독재의 고통속에서 신음하는 북한주민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통일 거부는 곧 북한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그들의 미래를 무참히 빼앗겠다는 것일 뿐이다.
분단된 이후 우리 1세대가 힘들고 어려운 통일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노력해온 이유가 무엇인가.북한에 남아있는 우리 동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였던가. 통일된 한반도는 반드시 우리가 후대세대에게 남겨줘야 하는 최고의 유산이며 도덕적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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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