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비(非) 정상회담

2016-08-01 (월) 12:00:00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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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은 한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 이름이다. 출연자들은 한국에 사는 외국 젊은이들. 다양한 문화와 이슈를 예능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그런데 거기서 미국 청년 마크(Mark Tetto)의 발언이 요새 화제다- "나는 미국과 한국에 모두 세금보고를 한다." 한국에서 돈을 버니까 한국에, 그리고 미국 사람이니까 또 미국에 세금보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1년 내내 한국에 살고 있고, 그래서 미국의 정부혜택도 못 받는데, 그래도 미국에 세금보고를 내야 하나?" 그렇게 놀라면서 물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마크 같은 미국인들(U.S. Expatriates)이 한국에 의외로 많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세금보고와 세금납부는 다르다는 것. 세금보고(tax return)는 소득이 얼마니까 세금이 얼마라고 양식에 맞춰서 신고하는 것이다. 세금납부(tax payment)는 그 신고서에 따라서 실제로 얼마의 세금을 정부에 내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환급받는(tax refund)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시 돌아가서, 사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이하의 근로소득만 있었다면 미국(연방 정부)에 낼 세금은 없다. 2015년 기준, 해외근로소득공제(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는 10만800달러나 된다. 외국납부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도 있다. 이 두 방법을 적절하게 섞어서 세금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아가, 서울은 하루에 151달러 23센트(1년에 5만5,200달러), 부산은 하루에 87달러40센트(1년에 3만1,900달러)까지 인정해주는 주거비 공제(IRS 양식 2555)까지 있다. 합법적으로 잘만 활용하면 연방 소득세를 전혀 안 내게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득이 있다면 낼 세금이 없더라도 보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어떤 손님이 자기 회계사와 한국에서 대화하면서 몰래 녹음한 것을 들려줬다. "연봉 10만800달러 이하는 보고를 안 해도 된다. 어차피 낼 세금이 없는데 보고의 실익이 없다." 그렇게 틀리게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번 돈을 미국으로 송금했다면 더욱 틀렸다. 그나저나, 전화기의 녹음 성능에 놀랐다. 몰래 녹음을 했다는데도, TV 뉴스처럼 또렷하게 잘 들리니, 이젠 비밀이 없는 세상이다. 이젠 말을 아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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