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러 오버프라이스 전략… 어째 잘 안먹히네

2016-07-28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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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보다 비싼 매물

▶ 가격은 셀러 아닌 바이어에 의해 결정 주택 거래 미미한 지역 오히려 힘들어

셀러들의 오버프라이스 전략이 올 들어 잘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올해부터는 가격을 먼저 내리는 셀러들이 늘고 있다. 일단 비싸게 내놓은 다음 바이어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면 가격을 낮춰서 파는 셀러가 올해 눈에 많이 띈다. 오버 프라이스는 주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나온 매물을 뜻한다. 수요와 공급 상황에 맞춰 어느 정도 가격을 높게 불러볼 수 있지만 다른 이유로도 오버프라이스에 집을 내놓게 되는 셀러가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오버프라이스로 나온 매물은 집을 파는데 비교적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매물은 바이어들로부터도 불필요한 의심을 사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러들은 왜 오버프라이스를 고집하게 되는 걸까?

■ 그건 당신 생각일 뿐
집을 내놓기 전에 실내를 하얀색이나 중성적인 색상의 페인트로 칠하면 도움이 된다는 조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집을 보러 온 바이어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상상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튀는 색상의 페인트나 디자인은 바이어의 상상을 방해하고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한 에이전트는 셀러의 너무 튀는 색상 때문에 의도치 않게 오버프라이스된 리스팅을 받게 된 경험을 리얼터 닷컴에 전했다. 이 매물을 한번 보면 평생 잊지 못할 욕실을 갖추고 있었는데 독특한 색상의 조합 때문이다.


우선 변기는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게 하는 황록색의 색상이었다. 욕조는 보라색, 싱크대는 분홍색 색상이 너무 화려한 욕실 때문 리스팅 에이전트는 셀러에게 가격을 조금 낮출 것을 조언했다.

그런데 셀러는 버럭 화를 내며 ‘컬러풀’한 욕실이 이집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호통을 친 것이다. 하는 수없이 셀러의 주장대로 집을 내놓았지만 집은 팔리지 않고 바이어들로부터 오버 프라이스라는 반응만 접수됐다. 수주가 지난 뒤에 셀러는 결국 가격을 내리기로 하고 가격 인하 뒤 한달 내에 집을 팔 수 있었다.

■ 너무 속 좁은 비교
주택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감정사나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가장 먼저 참고하는 자료가 있다. 바로 주변에서 최근 거래된 주택 중 비슷한 조건을 갖춘 주택의 매매가격 자료인 COMP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내놓으려는 집의 가격을 정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리스팅 가격 산정 절차다. 하지만 비교 대상 주택과 너무 세세한 것 까지 비교해 가면서 가치를 따지려고 들면 오버프라이스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어느 셀러는 최근 팔린 옆집의 워터 히터는 40 갤런짜리지만 우리집 워터 히터는 60 갤런짜리 대용량이라고 강조하면 조금 더 높은 가격에 내놓을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바이어들은 사소한 매물 조건으로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신 건물 크기, 침실 갯수, 욕실 갯수, 실내 구조 등 주요 조건이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내 집 가격은 내가 정한다
집을 내놓는 순간부터 내집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오버 프라이 유혹 때문에 집을 팔기 힘들다. 주택 가격은 셀러가 아닌 바이어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택 시장의 원리를 이해해야 적정한 가격에 집을 내놓을 수 있다.

살면서 리모델링 등으로 집에 투자한 돈, 집을 살 때 지불한 금액 등까지 따져가면서 그만큼의 가치를 받겠다는 것이 오버프라이스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내가 이집에 들인 돈이 얼만데’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셀러들의 생각만큼 주택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셀러가 많다”며 “그러나 주택 가격은 바이어가 얼마를 지불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결같이 조언한다.


■ 이케아 효과
집주인이 건축 회사를 통해 원하는 집을 직접 디자인해서 짓는 ‘커스텀 하우스’의 경우 오버 프라이스 가격이 정해지기 쉽다. 비교 대상이 될 만한 매물 자료를 찾기도 힘들지만 자신의 정성을 쏟았다는 집착 때문에 커스텀 하우스 셀러들은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 한다.

뉴욕시의 한 에이전트는 이른바 커스텀 하우스 셀러와 가격 산정을 놓고 진땀을 흘렸다.

에이전트가 판단하기에는 오버 프라이스가 분명한데 셀러는 한사코 본인이 원하는 가격에 집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셀러가 원하는 가격에 내놓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도 집은 팔리지 않았고 결국 가격을 내린 뒤 약 8개월 후에 더 낮은 가격에 새주인을 만났다. 에이전트는 커스텀 하우스 셀러들을 ‘아케아 효과’로 설명했다.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가구인데 저렴한 가격에 비해 직접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높은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 조금 깎아주지 뭐
일단 높은 가격에 내놓고 바이어의 가격 흥정을 대비하겠다는 것도 오버프라이스의 가장 흔한 핑계다. 이 전략을 사용하려면 주택 시장을 상황을 감안해 오버프라이스 폭을 잘 결정해야 한다. 주택 거래가 미미한 지역에서 오프프라이스 전략을 구사하면 오히려 제값에 팔기가 더 힘들어진다.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때는 아예 처음부터 시세에 맞는 가격에 집을 내놓는 편이 주택 판매에 훨씬 유리하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집을 내놓을 경우 때로는 바이어들 간 경쟁심을 유발해 오히려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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