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을 나르는 사람

2016-07-25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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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열리는 여름올림픽이 올해는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전 인류가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에 매달릴 때이다. 물론 자기 나라 선수의 활약에 관심이 많지만 일단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겨루는 경기들은 무슨 종목이나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과 미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육상경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종목이 릴레이이다. 이 경기는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 코린토스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의 경기 방법은 4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횃불을 들고 달려가 다음 주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빨리 달린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횃불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당시 코린토스 화폐에는 ‘빛을 전달하라’는 국민표어가 새겨져 있었다. 보다 높은 비전을 국민에게 심으려는 격조 높은 표어이다.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어둠을 만드는 인간이다. 미움을 뿌리고 분쟁을 일으키고 파괴하고 테러하는 인간들이다. 둘째는 어둠속에 묻혀 사는 인간이 있다. 어둠의 상태가 편하기 때문에 처세와 재미와 자기 보호를 위하여 어둠에 편승하는 인간들이다. 셋째는 빛 속에 안주하는 인간이다. 남들이 만든 평화, 제도, 복지를 즐기지만 내 땀은 보태지 않는 인간들이다.

넷째로 빛을 만드는 사람, 어둠을 물리치는 인간이 있다. 그는 양초 같이 자기를 태워 빛을 발하는 자이며, 연필 같이 자신을 깎아 문장을 만드는 자이고, 스페어타이어처럼 꼭 필요할 때에 발 벗고 나서 자기를 바치는 사람이다.

1944년 6월 20일 필리핀 바다에서 미 해군기들이 일본 함대를 공격하는 대규모 작전이 있었다. 이 작전을 지휘한 마크 미처(Marc Mitscher) 제독은 “모든 함정은 불빛을 최대한도로 밝히라”고 명령하였다. 적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등화관제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미군 하정들은 대낮 같이 바다를 밝히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담한 작전을 폈다.

적의 표적이 되더라도 아군 항공기들을 무사 귀환시키려는 작전이었다. 미처 제독의 ‘빛을 밝히라’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군기 80대가 무사 귀환하고 세 대만이 희생되었다. 그 당시 조종사들은 그날의 감격을 이렇게 피력하였다. “너무나 찬란한 바다였다. 할리우드의 개봉축하연과 차이나타운의 설날과 독립기념일을 합친 것 같은 대 축제가 우리 함정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134년 전, 즉 1882년 9월 4일, 유욕 맨하탄에 처음으로 전등 400개가 밝혀졌다. 토마스 에디슨이 시공하였는데 그날 자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재미있다. <오늘 3시 본 사옥에 전등이 켜졌다. 도로 밑으로 전선을 까는데 에디슨 사장 자신이 공사하였다. 그는 벽에 많은 구멍을 뚫고 전선을 연결하였으며 계란 모양의 유리알을 방방에 매달았다.

나사를 틀기만 하면 불이 오는데 너무 가까이서 보면 눈이 부셔서 좋지 않다. 성냥은 필요 없다. 가스등에 비하면 수십 배 밝으며 광도가 고르다. 7시가 되어 밖은 어두워졌지만 편집실 발송부 등 모든 방들은 구석구석까지 낮과 같이 밝아 우리 사원들은 함성을 올렸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말 하지도 못한 헬렌 켈러는 어떤 좌절한 청년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얼굴을 태양 쪽으로 향하시오. 그러면 당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게 될 것이오.” 이 반대말은 자기의 그림자를 보려면 태양을 등지면 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요한복음 기자는 “빛이 세상에 왔는데도 사람들은 빛보다도 어둠을 더 사랑했다”(요3:19-20)고 한탄하였다.

흑암을 물리치는 비결은 빛 속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최고의 유산은 후손에게 빛을 전달하는 것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가 하루의 시작을 해가 뜰 때로 잡은 것은 의미가 깊다. 하루를 어둠을 추방하는 태양과 함께 시작하는 것은 밝은 소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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