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힘내, 넌 반드시 해낼 수 있어!’

2016-07-25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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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다보면 ‘슬럼프’와 만난다. 이 세상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자기감각을 잃고 무기력증, 공허감, 의욕상실 등에 빠질 때다. 그땐 사는 게 신이 안 난다. 갑자기 우유부단해진다. 유독 남들도 의식한다. 만남 자체를 두려워한다. 어떤 일에 부딪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알 수 없는 적개심에 젖는다.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자기 감각을 상실할 때 슬럼프는 찾아온다. 그동안 삶에 너무 열중하다보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소홀히 한 결과다.
주변을 둘러보면 슬럼프를 겪는 이들은 수두룩하다. 가정, 직장, 사업을 하거나 신앙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골프에서 조차 슬럼프는 찾아온다.

흔히 사람들은 ‘슬럼프’를 맞서기보다는 비켜가려 한다. 불청객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슬럼프의 사전적 의미는 ‘심신의 상태 또는 작업이나 사업 따위가 일시적으로 부진한 상태“라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슬럼프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사람, 상황마다 차이는 있어도 그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벗어날 수 있다. ‘부진한‘ 상태도 마찬가지다. 정체나 지체될 뿐 ’퇴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슬럼프는 오히려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슬럼프’는 자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다.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풀어 달라’, ‘몸이 피곤하니 휴식을 가져달라’ 등과 같은 자기보호 신호다. 슬럼프는 모두에게 오는 휴식이자 재충전의 시간이다.

‘습숙의 단계설’은 브라이언 하터라는 심리학자의 학설이다. 하나의 기술습득 과정은 의욕과 관계없이 ‘휴식기’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은 직선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단계에 달하면 ‘연습의 고원’이라는 일종의 슬럼프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도 피해갈 수 없는 벽으로서 ‘휴식기’만 빠져 나오면 다시 진보의 길이 기다린다는 뜻이다. 슬럼프가 도약을 위한 충전의 시간인 이유다. 어떤 분야에서도 겪는 슬럼프라는 ‘연습의 정체기’는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과정이란 의미다.

슬럼프는 대나무 마디와 같은 것이다. 대나무는 마디가 굵고 단단할수록 더 높이 자랄 수 있다. 슬럼프 역시 충실하게 극복해낼 때 그 길은 더욱 단단해지고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슬럼프에 빠지면 지혜롭게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슬럼프 탈출방법이 소개되고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이야기한다. 공통적인 의견은 우선 ‘왜 슬럼프가 왔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슬럼프는 보통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 이어지는 긴장감이 원인이다. 그래서 단 몇 시간이나 며칠만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슬럼프가 자연스럽게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본연의 일에 충실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겨내고 한층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슬럼프는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래서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 결국 슬럼프 탈출은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열쇠인 것이다. 때문에 “힘내, 넌 반드시 해낼 수 있어”, “난 널 믿어” 등 곁에 있는 사람들이 건네는 이런 말이 자신감을 가득 북돋아주고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하는 묘약이 되는 셈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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