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인사이드/ 지구촌의 여성파워여주영

2016-07-2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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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년대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는 뛰어난 미모와 지성, 그리고 남다른 지략과 다국적 언어구사 능력으로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인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이보다 200년이나 앞선 시대에도 이집트에는 또 한 명의 역량 있는 여왕 ‘아리스누’가 있었다. 아리스누는 여성이지만 전쟁때는 늘 선두에 서서 군대를 진두지휘했으며 고대올림픽에 출전해 우승도 하였고 상형문자를 연구 발전시켜 이집트를 세계적인 반석에 올려놓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아리스누를 ‘파라오왕조의 가장 강력하고 으뜸가는 여장부’로 기록하고 있다.

고대에 이처럼 위대한 여성지도자가 있었듯이 현세에 와서도 탁월한 리더십으로 국가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여성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보인 활약상은 나라마다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 20세기 영국에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에 추호도 타협하지 않는 단호한 외교노선으로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가 있다. 그녀가 타계했을 때 영국인이 하나같이 “우리는 위대한 총리, 위대한 리더, 위대한 영국인을 잃었다.”고 슬퍼할 정도로 그녀의 지도력은 탁월했다.

대처가 물러난 지 26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브랙시트(EU 탈퇴)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여성 테레사 메이 수상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제 위기의 영국국민은 또 다시 과거 여성지도자들이 보인 탁월한 리더십을 고대하고 있다.

이런 여성의 탁월한 지도력은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동독출신 3선 연임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 그녀의 통치스타일은 일명 ‘남성 정치인을 몰살시키는 기계’라고 불릴 정도다. 메르켈은 유럽연합 의장직과 G8 경제 선진국협의회 의장 역임, 유럽연합 헌장제정을 주도했으며 독일을 유럽연합의 지도국으로 급부상시켰다.

미국도 민주당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대선전에서 승리 할 경우 눈앞에 여성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전은 이제 양당 전당대회 이후 서로 물고 뜯기는 유례없는 대격전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당원들도 하나로 결속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세 곳에서 힐러리를 누르고 지금도 2%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이제 힐러리가 지구촌 여성지도자들의 대열에 합류하려면 이번 대선 내내 조소와 비아냥으로 일관할 트럼프의 무차별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여성특유의 유연함과 인내, 끈기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정했다. 여성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여성을 가로막고 있던 견고한 유리천정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적 흐름으로 나라마다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갈수록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의 키워드인 배려와 포용, 소통, 그리고 강인함과 부드러움, 섬세한 감성을 총망라한 여성의 리더십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나라를 지켜냈고 나라에 닥친 시련을 무난히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지구촌의 현실은 매우 절망적이다. 최악의 경기침체, 나라마다 실업대란, IS테러, 난민, 기아, 기후문제 등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절망의 시대에 변화를 위한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여성지도자들의 특출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때이다.

탁월한 리더십의 여성지도자들이 머리를 함께 맞댈 경우 지구촌의 극심한 갈등과 분열 해소는 물론, 지구촌을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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