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집으로 가는 길’(Floating Dreams)은 실향민들의 그림 조각 으로 만든 대형 연등이다.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Floating Dreams)이 오는9월 한 달 동안 영국 런던 템스강 위에 설치된다.
‘ 집으로 가는 집’은 3층 건물(약 10미터) 높이의 직육면체 대형 연등이다. 실향민이 직접 그린 그림 500장으로 만들어졌고, 500개의 조명등이 작품 안에 들어있다.
◆실향민 그림 500장 ‘집으로 가는 집’ 9월 설치
한국 전쟁 중에 고향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수백만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가슴 아픈 상징물이자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은 희망의 작품이다. 작품 위에는 손전등을 든 로봇으로 만들어진 어린이가 서있다. 통일의 꿈을 놓지 않는 실향민 어르신들의 70여 년 전 모습을 형상화했다.
강 작가는 “실향민의 그림을 모자이크 형태로 담아 연등을 제작했다”며 “80~90대인 어르신들의 그림들은 세상을 보는 창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올해 20년째를 맞는 런던의 대표적 문화행사인 토탈리 템스(Totally Thames)의 의뢰로 제작됐다. ‘토탈리 템스’는 전세계에서 200여명의 아티스트들과 퍼포머들이 초청되어 템스강 주변을 문화의 축제장으로 만든다. 2016년 메인 작가로 초대된 강익중은 템스강 위에 작품을 전시하는 유일한 예술가다.
주로 어린이 그림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했던 작가는 애초 계획과는 달리 “허전함이 느껴져 실향민으로 바꾸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지난해 9월 터키의 해변에서 발견됐던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의 꿈을 담으려 했다.
강익중은 “실향민도 난민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이 설치작품은 고향을 떠난 모든 이에게 바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설 명했다. “임진강물과 템스강물이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이 강물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치료의 백신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1984년부터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집으로 가는 길’의 작품 제작을 위해 올 초부터 통일부 통일교육원과 함께 전국을 돌며 실향민 어르신들의 그림을 모았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가로 세로 3×3인치의 작은 종이에 고향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80대와 90대의 노인으로 변한 그들은 고향을 그리면서 대부분 아이처럼 울었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그림 수천 점은 잃어버린 고향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즐거웠고 슬펐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진달래꽃 만발한 고향 언덕, 무지개가 뜬 동네 개울, 팔베개로 누워보는 고향의 동산, 집 앞 개울가에서 놀던 친구들의 함박웃음, 손자 손녀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혹시 이세상을 떠나더라도 자손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고향집의 약도를 그린 것도 있다.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있을 소꿉친구에게 보내는 안부편지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