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렉시트’ 여파에 미소 짓는 미국 부동산

2016-07-1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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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과 브렉시트

▶ 모기지 금리 인하로 수요 살아날 것, 미국 부동산에 해외 자본 투자 기대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인‘브렉시트’로 한동안 전 세계가 들썩였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하더니 며칠 안 가 다시 반전세로 돌아서는 등 혼란스런 분위기다. 일단 세계 경제가 추가 충격 없이 그런대로 안정세를 유지 중이지만 불안이 쉽게 가시지는 않고 있다. 향후 브렉시트 진행 절차에 따라서 세계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여파로 전 세계가 시끌벅적한 와중에 소리 없이 미소 짓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부동산 시장이다. 다른 분야가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이 예상되지만 유독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 반갑다‘ 브렉시트’
이른바 ‘빅머니’를 자처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감소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꺾이는 중이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또다른 순환기로 접어드는구나 하는 때에 때아닌 브렉시트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우려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모든 경제 부문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유독 부동산 시장만 브렉시트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치고있다.


직접적으로는 브렉시트가 모기지대출 금리 인하를 이끌어 부동산 구입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어 불안한 세계 경제를 피해 안전한 자금 창고 역할을 하는 미국부동산 시장으로 해외 투자 자본이 다시 밀려오는 현상도 기대된다.

■ 모기지금리 즉각 하락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이 있은 뒤인 지난달 27일 이미여러 모기지 대출 은행은 30년 만기고정 금리로 약 3.5%를 고시했다. 지난 3년 반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중 대출 금리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대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일부대출 은행의 발 빠른 움직임이다.

이어 30일 발표된 국책 모기지기관 프레디맥의 집계에서도 모기지 대출 금리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프레디맥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 전국 평균은 약 3.48%로 브렉시트 결정 직전인 전주대비 약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재융자용 15년 만기 이자율 역시 전주보다 약 0.5%포인트 하락한 약 2.78%로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철새 해외자본 미국으로 ‘헤쳐모여’
지난달 23일 브렉시트 결정 직후미국 모기지 대출 금리가 일제히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과거 세계 경제불안 현상 때와 다름 없다.

세계 경제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철새처럼 떠났던 투자자들이 미국 자본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되돌아온 해외 투자 자본은 위험성이 높은 주식 시장 대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시장에 집결하는데 국채 금리 변동에 따라 모기지 대출 금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모기지 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채는 10년 만기짜리 재무부 채권 금리다.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지난달 28일 약1.46%로 브렉시트 결정되기 직전의약 1.579%에서 불과 며칠사이 약 0.1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금리 수준인 약 2.273%와 비교하면 무려 약 1%포인트나 하락했다.

■ 재융자‘ 미니붐’ 기대
모기지 금리 하락이 가장 반가운그룹은 크게 3 그룹이다. 주택 구입자, 주택 소유주, 그리고 부동산투자신탁‘ 리츠’ (REITs) 투자자들이다. 부동산 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자중 약 40% 정도가 약4.5%가 넘는 모기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들 대출자들은 대출(재융자) 발급 시기에 따라 모두 잠재 재융자 수요로 포함된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한 모기지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 재융자 붐이 다시 한번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예상되는 모기지 금리 하락 수준으로 비춰볼 때 현재 적용되는 모기지 이자율이 4% 이상이면 재융자 실시로인한 혜택이 기대된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현재 약 4.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대출자가 재융자를 통해 이자율을 약 3.5%로 낮추면 월평균 약 90달러의 모기지 페이먼트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융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효과로 이미 재융자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일인 지난달 23일 이후 전국적으로 재융자 신청이 예년 이맘 때 대비약 10~40% 가까이 증가했다.

융자업계는 현재 모기지 금리가 다시 반등하지 않는 한 재융자 ‘ 미니붐’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어 있다.

융자업계는 이미 지난 수년간 전에 없던 재융자 붐을 겪었다.

주택 시장 침체 뒤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미 재융자 가능한 주택 소유주들은 대부분은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데 성공했다.

주택 가격 급락으로 이른바 ‘깡통주택’ 신세로 전락한 일부 주택 소유주들만 재융자 붐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주택 가격 급등으로 재융자 자격을 갖춘데 이어 이자율이 다시 떨어지면서 곧 미니 재융자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부동산 업체 질로우 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2012년 약 31%에 달했던 깡통주택 비율은 최근 약 13%대로 낮아졌다.

■ 침울했던 REITs 시장에도 햇살
브렉시트 결정의 직격탄을 맞은 부문인 주식 시장. 브렉시트 결정 뒤 하루만에 올 한해 수익률이 날아가는 ‘재앙’을 경험했다. 다음날 상당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른 모든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어도 유일하게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이 바로 부동산투자 신탁 ‘리츠’(REITs) 부문이다.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리츠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으로 수익률 하락 현상 뚜렷했던 리츠 부문이 브렉시트로 인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서 주식 시장의 주역으로 다시 떠올랐다.

리츠 수익률은 주택 시장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개선에 따른 반사 이익도 기대된다.

세계 경제 불안으로 이른바 해외 큰손 투자자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이동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미 그리스 경제 위기, 중국 증시 폭락 등 굵직한 세계 경제위기 여파가 있을 때마다 빅 머니의 물결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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