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늘보’

2016-07-14 (목) 09: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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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odore Roethke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니 친구가 없지.
귀에다 대고 뭐라도 좀 물어보면
한 일 년은 생각해 보거든

그리고는 한 마디 말도 꺼내기 전에,
거기 거꾸로 매달린 채(새들과는 다르게),
우리가 벌써 대답을 들었을 거라고 가정해버리는 거야

참으로 짜증나는 녀석.
하지만 그걸 잘난 척 하는 거라고 우리가 말한다면
그는 한 숨을 내쉬며 나뭇가지를 꼭 껴안을 거야

그리고는 다시 잠이 들지
여전히 발가락으로 몸을 천천히 흔들면서
그러면 당신은 알지, 그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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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신혜자, ‘Song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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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사는 저 유명한 느림보, 나무늘보는 시인, 명상가 그리고 자연주의자의 뮤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제일 느리고 게으른 나무늘보는 도대체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화두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속도와 비판에서 저 만큼 떨어져 스스로의 느리디 느린 다이내믹을 누리는 이들 늘보 선생은 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찌하면 그리 살 수 있겠느냐 물어도, 대답은 들을 수 없다. 늘보선생은 이미 우리가 답을 들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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