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켓몬 고’열풍에 대한 단상

2016-07-14 (목) 김소영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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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며칠 전 맨하탄 센트럴팍에 갔다가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걸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언뜻 엄숙한 종교의식을 하는 행렬같은 느낌마저 들었던 기괴한 이 무리는 바로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뉴욕은 물론 미 전역이 포켓몬 고의 열풍, 아니 광풍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닌텐도가 내놓은 스마트폰용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는 플레이어가 현실 세계에서 화면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몬스터를 잡으러 다닌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순식간에 앱 게임 다운로드 횟수 1위에 올랐다.

한 조사업체에 따르면 미국에서 포켓몬 고를 즐기는 사용자는 하루 평균 2,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실제 기자의 페이스북만 들여다 봐도 이미 포켓몬 고에 빠진 친구들은 적지 않다. 오늘 아침에 확인한 메시지 가운데 70%는 포켓몬 고 게임 화면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왜 이런 유치한 게임에 다들 빠져드는 것일까?” 의아해하다 직접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게임을 해봤다. 특별한 규칙이나 복잡한 게임 방식도 없었다.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길거리를 걸어가다 포켓몬이 등장하면 볼을 던져 포획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도에 표시된 일정 구역에 가면 내가 잡은 포켓몬들과 다른 포켓몬들이 대결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도 있다.

이 게임은 닌텐도의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 이시하라 쓰네카즈 대표이사의 ‘발로 뛰는 모험’이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한때 모바일 게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캔디 크러쉬 사가’나 ‘앵그리 버드’ 등은 모두 손가락으로 화면 속 버튼만 조종하는 게임들이었다.

이와 달리 포켓몬 고는 플레이어가 현실 세계에서 걸어 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포켓몬 고가 모바일 게임이 사람을 폐쇄적이고 은둔적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고, 더 많은 포켓볼과 몬스터를 잡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하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가져온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포켓몬 고의 인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날도 올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인간들이 공룡들이 살던 시대에 돌아갔던 것처럼 이제는 포켓몬들이 살고 있는 가상의 세계에 우리가 들어가 한판 멋진 승부를 벌이는 만화같은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김소영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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