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고흐 치료한 의사 편지 발견…네덜란드서 자살에 쓰인 권총과 함께 전시

붕대로 귀를 감싼 모습의 반 고흐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프랑스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귓불을 잘라내 매춘부에게 줘버렸다는 이야기는 광기에 스러진 천재 예술가의 말년을 보여주는 일화로 종종 거론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반 고흐가 이제까지 알려진 대로 귓불 일부가 아닌 왼쪽 귀 전체를 잘라냈음을 보여주는 기록을 새로 공개했다고 영국 BBC 방송, 일간 가디언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공개된 기록은 사건이 일어난 1988년 당시 반 고흐를 치료한 의사 펠릭스 레의 편지다. 1930년대까지 레 박사와 연락하고 지냈던 작가 어빙 스톤이 소유했던 것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뱅크로프트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레 박사는 편지에 반 고흐가 잘라내기 전후의 귀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이 그림을 보면 고흐는 귀 일부만 잘라낸 것이 아니라 귓불의 작은 일부분만 남긴 채 대부분을 잘라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 고흐가 잘라낸 귀를 건넨 여성인 '라셸'은 그간 알려진 것처럼 매춘부가 아니라 사창가에서 청소 일을 하던 하녀였다는 추정도 제기됐다.
박사의 편지를 발견한 전직 미술사 교사 버나뎃 머피는 본명이 가브리엘인 이 여성의 유족을 추적해 반 고흐가 이 여성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잘라낸 귀를 건넨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여성은 당시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상처로 고생하고 있었으며 치료비 마련을 위해 사창가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EPA=연합뉴스]
머피는 "반 고흐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히 감정적이 됐던 인물"이라며 "그 여성에게 선물로 살을 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 고흐 미술관은 이 편지와 반 고흐가 그린 레 박사의 초상화, 반 고흐가 자살할 때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등을 오는 15일부터 9월 25일까지 전시한다.
권총은 반 고흐가 자신의 가슴을 쏜 곳에서 1960년경 한 농부가 발견한 7㎜ 포켓 리볼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