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술작품에 담긴 정치코드

2016-07-11 (월) 02: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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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이은기 지음, 아트북스 펴냄

미술작품에 담긴 정치코드
‘미술에서 찾은 정치코드’를 부제로한 책은 부(富)와 권력이 있는 곳에 존재해 온 미술이 시대의 물음에 어떻게 응답했으며 권력은 미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예술가는 무엇을 작품에 담았고, 나아가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짚어준다.

프랑스혁명 이후 국민투표로 뽑힌 종신 통령에 이어 황제에까지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 신격화했다. 예술가는 이처럼 권력의 요구를 그림으로 이뤄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림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정치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1937년 초 스페인 공화정은 그해 여름에 열릴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 작품을 파블로 피카소에게 의뢰했다. 쉽사리 주제를 정하지 못하던 중 4월 26일에 게르니카 폭격 소식이 전해졌다. 게르니카에서 공화정 세력이 커지자 왕당파와 프랑코 군부가 히틀러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독일군이 폭격을 가한 것이다. 피카소의 큐비즘은 잘린 시체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울부짖는 황소와 말, 죽은 아기를 무릎에 놓고 절규하는 어머니, 횃불을 들고 진실을 찾으려는 듯한 여인, 부러진 칼을 쥐고 숨진 군인들이 그림을 채우고 있다. 이 그림으로 스페인의 우익 군부는 다시 맹 비난을 받았다. 피카소는 말했다. “예술은 집의 벽을 장식하는 그림이 아닌, 공격적이고 또 방어적인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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