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악은 반드시, 절실히 필요하다

2016-07-09 (토) 강미라 첼리스트/ 뉴브런스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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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시작된 나의 음악 수업 은 바이올린을 거쳐 첼로라는 악기로 정착이 되었는데 그 수업은 어림 잡아 한 다섯살부터 시작되었던 듯 하다. 수십 년 고전음악을 하면서 어려움과 좌절은 참으로 많았지만 단 한 번의 후회나 포기 없이 끝내 이 길을 걸어온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열살 무렵이었던 듯하다. 음악가로서 평생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 홉 살짜리 아이를 기르고 있는 입장 에서 열 살 무렵에 자신의 인생의 길 을 결정하였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잘 믿어지지 않는 일인데, 생각해 보 면 그 계기가 된 것은 한국에 내한 한 어느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연주 를 보고서 였던 듯하다.

어린 나는 그 절대음악의 매력에 정신을 잃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갈망을 가 졌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알았다고. 하지만 어린 나를 매료 시켰던 것은 단지 화려한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 트만은 결코 아니었다. 아마도 무지하 게 조숙하고 좀 사색적인 면을 다분 히 지니고 있던 아이였던 나는 지난 수세기의 음악을 통해 전달되어 오는 정중함과 고귀함 그리고 숭고한 인간 정신과 감정을 경험하고는 그대로 그 에 복종해 버렸던 모양이다.


베토벤은 이와 같이 높은 정신을 자신의 음악을 통하여 만인에게 전 달하는 것을 일생의 사명이라 여겼 다. 도덕성을 무엇보다도 가장 뛰어 난 가치로 여겼던 그는 그의 작품 을 통하여 불굴의 의지로, 열정으 로 투철하게 살아가는 정신을 그려 내었다. 현대음악의 조성 파괴가 도래하기 이전 서양음악은 이와 같이 형식이 라는 틀 안에서 고귀한 정서와 규범 을 정중하게 전달한다. 물론 음악이 담는 것은 고귀한 것들만은 아니다. 퇴폐성이나 탐미, 감각적인 인간 본 연의 것들 역시 여과 없이 전달된다.

그러나 그 감각의 추구에도 투철함 이 있다. 그것이 고전음악의 힘이다. 현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 약 점 중 하나인 편리함과 온전히 거리 가 먼 그러한 투철함이다. 그 시대의 위대함을 현대의 우리 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도덕률 도 영원한 것도 말살시켜버린 오늘의 우리는 어떤 가치와 어떤 절대성에 의지하여 살아가야 하느냐 말이다.

절대적 가치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 선과 악의 경계도 가치 판단도 모호 해 진 오늘 듣는 이의 마음에 정공법 으로 다가 오는 지난 세기의 거장들 의 음악은 흐트러진 현대인의 정신 을 바짝 세우는 경종의 소리이다. 스마트 폰과 게임에 빼앗긴 어린 심성들에게 이와 같이 고전 음악이 가르쳐 주는 고귀한 정서는 너무나 절박한 교훈이 되는 것이다. 눈에 보 이지 않는, 물질적 값어치는 없으나 무한히 우리의 존재 밑바닥을 흔들 어대는 이 아름다움을 어린 심성들 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는 그래 서 보람이 있다. 감사하다.

<강미라 첼리스트/ 뉴브런스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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